금융연구원 "보험가격 내려가고 고객만족도 상승"
학계 "금융사, 이익 증가…소비자, 실질 혜택 없어"
방카슈랑스 제도가 시행 10년을 맞이 했지만 보험과 은행업계가 채널 확대와 수익 증대 등의 효과를 본데 비해 소비자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방카슈랑스는 금융겸업화의 대표적 유형으로 금융서비스 개선,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 금융부문 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지난 2003년 도입되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6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방카슈랑스제도 시행 10년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적으로 방카슈랑스 제도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보험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만족도가 상승하는 등 뚜렷한 효과를 나타냈을 뿐 아니라 보험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가 시행된 이후 생명보험가격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7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생명보험의 경우 채널별 만족도에서 은행이 5점 척도에서 3.64점을 기록하며 보험설계사 3.6점, 직판채널 3.36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생명보험협회의 2012년 기준 판매채널별 불완전판매비율을 봤을 때 방카슈랑스 채널이 0.35%로 나타나 설계사 채널(0.53%), 개인대리점(0.79%), TM(1.21%) 등에 비해 오히려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일부에서 제기하는 불완전판매 증가 우려도 기우에 그쳤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당기순이익이 증가세를 나타냈고 중소형 생보사들이 제도 시행 이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보험사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
방카슈랑스의 위험요인으로는 저축성보험 위주로 성장하다보니 저금리 하에서 금리리스크가 노출될 경우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은행이 방카슈랑스 수입에 치중하며 본연의 핵심업무인 예·적금 등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제도가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한 상황에서 현행 판매비중 25%룰 규제(1개 보험사 상품의 모집액이 당해 금융기관대리점이 신규로 모집하는 상품 모집총액의 100분의 2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장기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중소형 보험사의 판매제휴 기회 확대 및 전체 보험시장 집중도 완화 등의 목적으로 도입된 25%룰이 도입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한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제한을 완전 철폐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판매인원 2인 제한을 풀어 인력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저축성보험과 제3보험에 국한된 방카슈랑스 상품을 보장성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등으로 단계별 허용하는 등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금융연구원의 긍정적인 평가와 규제 완화 주장에 학계는 시큰둥했다.
허연 중앙대 교수는 "방카슈랑스 제도 도입이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도움을 주었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지 의문스럽다"며 "25%률을 언급했는데 외국의 경우 보험사와 은행이 대등하게 경쟁헤 이런 룰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적으로 컨트롤하기가 어려워 생긴 것 아니겠냐. 만약 완화되면 은행에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파트너나 대형사 위주로 상품 판매가 이뤄지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 허 교수는 "자동차보험 등 상품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는데 학교에서 자동차보험에 대한 설명을 위해 2주 정도 강의를 한다"며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은행에서 보험상품에 대한 평균 설명시간이 19분이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상품 설명을 고객이 이뤄질 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정재욱 세종대 교수는 "원론적 입장에서 과연 방카슈랑스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끔 운영되었나 살펴보고 싶다"며 "보험회사 간 과당경쟁, 은행들의 과도한 수수료 챙기기 등으로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보험료 인하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금융감독당국도 작년에 수수료 출혈경쟁이 심해지니까. 방카슈랑스 사업비를 상향조정하라고 업체에 권고를 하는 등 금융회사 입장을 대변하고 금융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결과론적으로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며 보험사는 판매채널 확대 효과와 함께 순이익 증가를, 은행은 비이자수익 확대와 원스톱 종합금융서비스 구현을 얻었지만 금융소비자의 경우 제도 도입의 성과를 거의 못 누렸다는 것이 정 교수의 평가다.
정 교수는 "방카슈랑스 제도가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 리베이트, 꺾기나 끼워 팔기 등에 대해서는 삼진아웃제도 도입 등으로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하며 해당 직원 뿐 아니라 대표이사 처벌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방카슈랑스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와 관련 "은행에서 변액연금 등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많이 팔아 왔는데 은행도 평판위험이나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미국의 경우 변액보험이 80~90년대 많이 팔렸지만 원금손실 위험을 안 알려 추후 집단소송을 당했는데 우리나라도 5~10년 내 변액보험 관련 소송이 급증할 것이며, 소송대상은 호주머니가 깊은 은행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