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영업권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자료에서 확인됨으로써 언론이 이 사실을 크게 보도 하고 있다(이하 “이번 사건”이라 함).
그런데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이번 사건의 세금부과에 대해 과세당국의 과세가 부당함을 지적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그 이유를 든 것이 금융감독원 ‘인수·합병회계처리 준칙(제1장 9의 가)’에 따라 차변과 대변을 맞추기 위해 회계상 영업권을 반영했고, 기업이 보유한 기술 등을 포함하는 일반적 영업권과는 다른 개념으로 과세당국이 그동안 문제 삼지 않았다가 최근에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1) 현행 조세법내에서 가장 복잡한 분야가 합병과 관련된 과세문제다.
이런 이유로 합병과 관련되어 발생되는 과세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진행되어 왔었다. 그 결과 다른 자본거래 유형에 비해 비교적 과세체계가 합리적으로 정비되어 있다고 본다.
특히 합병에 따른 이익(상증법 38조)에서 이익의 개념과 이익계산방법은 모든 자본거래 유형의 세무문제를 설명하는데 있어 논리적, 합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합병과세의 문제는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는 점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회계상 영업권”과 관련된 과세문제다. 즉 합병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하 “합병영업권”이라 함)은 영업권의 취득대가가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의 주주에게 지급한 주식의 대가이기 때문에 이 주식의 대가에 영업권이 포함되어 있는 지를 두고 논란이 있어 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합병영업권의 과세문제뿐만 합병과세체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합병은 합병비율로서 합병계약의 내용이 사실상 종료된다. 합병비율은 합병가액에서 산출되는데 합병가액을 얼마로 정할 것인가가 합병당사법인에게는 최대 관심사이다.
이 합병가액을 두고 합병당사법인의 이해관계는 첨예화되기도 한다. 합병가액은 합병이 성사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기도 하고 조세회피 수단으로 합병가액을 정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합병가액은 모든 합병과세문제를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합병가액의 산정방법이 합병의 핵심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이번 사건은 합병대가에 영업권대가가 포함되어 있는지와 포함되었다면 얼마나 포함되었는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에게 순자산가액을 초과하여 지급한 주식의 가치는 영업권의 대가로서 적절한 방법에 의하여 평가된 금액으로 보인다(대법원 2012두1044, 2012.5.9. ; 서울고법2011누26284, 2011.12.15.외 다수)”고 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합병관련 법규정(자본시장법령 또는 상속증세법령)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영업권을 별도로 평가하였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 진다.
(3) 합병의 본질과 현행 자본시장법령 및 상속증여세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병가액의 산정방법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논의 되어 왔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이나 결론을 얻어 낸 것은 아직 없다.
이러함에도 현재의 합병가액 산정방법(자본시장법과 상속증여세법)이 유지되는 이유는 대체할 만한 다른 평가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것은 아무리 평가기술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M&A에서 기업가치는 재산을 실사하여 시가로 평가한 금액에서 일정율의 경영권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으로 하는 사적계약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4) 합병가액에 대한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합병당사자 회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주권상장법인인 경우 증권거래법과 그 시행령 등 관련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 등에 기하여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였다면 그 합병가액 산정이 허위자료에 의한 것이라거나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에 근거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하여 합병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7다64136, 2008.1.10.)” 고 하였다.
따라서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하였다면 그 합병가액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5) 이번 사건은 합병가액이 합병당사법인의 전부 또는 일부가 주권상장법인으로서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한 경우다. 법원의 판단대로라면 합병가액이 무효가 될 경우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법원은 자본시장법령의 합병가액 산정방법의 정당성에 대해 “회사의 주식의 실제적인 가치는 순자산가치만이 아니라 수익가치 및 동종, 유사 업종 회사와의 비교ㆍ평가에 의한 상대가치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적정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할 것인 점, 흡수합병에 있어서 존속회사가 단순히 소멸회사의 순자산만큼의 자산을 증대시키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소멸회사의 영업상의 기능 내지 특성으로 높은 초과수익력을 갖게 되는 등 합병으로 인한 상승작용(시너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존속회사가 발행하는 합병신주의 액면총액이 소멸회사의 순자산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 부분은 소멸회사의 무형적 가치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 점 등”을 판단이유로 들고 있다.
(6) 이번 사건도 ‘인수·합병회계처리 준칙’에 따라 발생하는 회계상의 영업권이라고 하지만 회계상의 영업권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피인수회사로부터 인수하는 자산과 인수대가인 합병대가의 차이가 회계상 영업권이 된다.
‘인수·합병회계처리 준칙’에 따라 차변과 대변을 맞추기 위해 계상한 회계상 영업권이면서 동시에 자본시장법령의 합병가액 산정방법에 따라 합병가액으로 산출된 합병비율에 의한 합병한 결과다.
합병가액 산정방법과 합병회계처리기준에 따를 경우 회계상 영업권 발생은 불가피하다. 합병대가가 피인수회사로부터 인수한 자산을 초과하여 지급되는 경우는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합병대가는 위 대법원에서 판단하고 있는 영업권에 해당된다.
(7) 그렇다면 ‘인수·합병회계처리 준칙’에 따라 처리한 이번 사건의 회계상의 영업권이 법인세법의 영업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회계상의 영업권이 법인세법의 영업권에 해당된다면 영업권에 상당하는 금액은 합병평가차익으로 법인세법의 익금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판단하고 있는 합병가액은 경제적 실질 측면보다는 실정법을 중시하는 판단으로 비춰지고 세법적용과 회계처리 방법에 있어서도 법원의 판단이 적정한지는 연구대상이라고 하겠다.
어쨌든 이번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에 대해 기업이나 과세당국, 조세전문가들에게는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이 ‘인수·합병회계처리 준칙’에 따라 발생하는 합병차손(영업권)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과 법인세법, 소득세법, 상속세및증여세법 등 현행 합병과세체계에 대한 검토와 논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조세전문가나 과세당국이나 이번 사건으로 합병과세체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첨언
합병과세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은 합병가액 산정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에 있다고 본다. 특히 이 문제는 상증법 제38조와 직접 관련된 부분이기는 하나 합병과세체계에서 볼 때는 무관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간의 합병에서 비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규정을 보면 알 수 있다(자본시장법령). 수익가치를 추정에 의한다는 합병가액 산정방법은 합병당사법인이 합병비율을 마음만 먹으면 조정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세무조사사례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공시자료만을 분석해 보아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추정손익이란 문자 그대로 ‘추정’이므로 이 추정의 합리성을 따지기는 매우 어렵다. 바로 이러한 점을 합병당사법인이 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추정손익의 추정치를 기업의 자율에 맡길 정도로 합병가액의 자율성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회계상 영업권의 계산구조상 추정이익의 평가에 따라 영업권 규모의 조절이 가능하다. 영업권의 규모는 합병대가가 되므로 결국 영업권의 규모에 따라 피합병법인의 주주에게 교부할 주식수를 조절할 수 있게 한다.
[관련교육 바로가기]자본거래와 세무 : 경영권승계와 세무를 중심으로
☞ 홍성대 세무사 : 한양대학교 행정학 석사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수(법인세팀), 2002 ∼ 2005
국세청, 서울청ㆍ중부청(조사국 6회. 조사ㆍ법인ㆍ교육 25년)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자권익존중위원회위원(2012)
현)『경영권승계 & 조세』연구소 // 세무법인 천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