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금융권, 업종 넘어 '무한경쟁' 펼친다

IB 지정 증권사와 은행 간 기업금융 부문 경쟁 가속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 상업은행과 증권사 간에 업종을 뛰어넘는 무한경쟁이 펼쳐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7일 은행회관에서 '2014년 금융 10대 트렌드'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장민 연구조정실장은 금융연구원 각 부서의 의견을 조합해 '금융산업의 춘추전국시대', '금융한류시대의 개막' 등을 '2014년 금융 10대 트렌드'로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국내 상업은행과 한국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들이 자존심을 건 무한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았다.

그동안 증권업의 시장집중도나 시장점유율 경쟁척도는 일반은행 대비 낮은 수준이었지만 대형증권사들이 향후 연기금, 해외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전담중개 업무와 기업신용공여, 인수·합병 업무 등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또 고객이 신규 계좌를 개설한 은행에 자동이체 연결을 신청시 동 은행에서 기존 계좌의 자동이체 해지 건까지 알아서 처리해 주는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며 금융회사들은 완전경쟁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내놨다.

장 실장은 "계좌이동제 도입 시 금리, 수수료 등 가격변수의 무차별적 경쟁이 유도돼 시장에 의한 은행의 재편 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수시입출식 예금계좌에 대한 인식이 자연 독점적 저원가성상품에서 원가성 상품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가열로 먹거리가 상당부분 줄어들 전망인 가운데 해외 시장 개척의 필요성은 더욱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연구원이 내년 금융 트렌드로 제시한 것은 바로 '금융한류시대의 개막'이다.

정부, 금융공기업 등의 협력, 기업과의 동반진출 등의 형태로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금융연구원이 생각한 금융한류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그동안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수준에 머물며 해외에서의 실적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장미빛 바람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이에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해외에 진출시 자본조달 코스트나 글로벌 트렌젝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미 해외 금융시장은 우리의 진출을 기다려 주는 황금어장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며 "국내 금융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인 상황에서 덜 레드오션인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금융연구원은 내년도 트렌드로 '금융의 융·복합화'와 '금융의 실물지원 기능 확대'를 꼽았다.

금융회사에서 점차 생존을 위해 새로운 경쟁상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불가피해지며 은행·증권·보험 등 여러 금융업에 참여해 경영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금융업종간 제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둔 거시정책 기조와 맞물려 기업의 발굴과 성장을 지원하는 종합적인 정책금융 측면에서 실물지원 기능의 확대가 금융트렌드로 확산될 것으로 보았다.    

더불어 금융연구원은 내년을 'New Normal 시대로의 이행'으로 예상하며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상태로 회귀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상상태로 이행하며 상당기간 저성장·저금리·저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봤으며, '지속적인 공존을 위한 리스트럭처링'으로 가계부ㅐ로 인한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시도와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과 증권·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구조조정 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 금융연구원은 내년도 트렌드로 '빅데이터, 빅 서비스'(금융권의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 증대), '금융소비자와 함께하는 금융'(금융소비자 보호 노력 가속화), '금융부채시대에서 금융자산시대로'(고령화 진전과 베이비부머 은퇴 등으로 부동산 투자 등 금융부채 시대에서 불확실성에 대비한 연금, 장기저축 등 금융자산 축적 시대로 전환), '더욱 넓어지는 금융의 품'(서민금융기관의 역할 및 기능 확대)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