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부, '할당관세 품목' 자의적 판단"
기재부 "국회 의사일정 지연 빈번, 법안 반대"
국회와 정부가 할당관세 적용시 국회 상임위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자의적인 할당관세 적용을 막는다는 취지로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은 할당관세 품목을 지정할 시 소관 상임위의 심의·의결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할당관세는 특정물품의 수입을 촉진하거나 가격이 급등한 물품 등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또는 비슷한 물품 간의 세율이 큰 차이가 나는 경우에 해당할 때 기본세율에서 ±40%p까지 조정할 수 있다.
할당관세는 기본관세율이나 잠정관세율보다도 우선 적용을 받으며 시행령에 따라 국회의 심의나 의결 절차 없이 정부가 할당관세 품목을 지정할 수 있다.
국회와 업계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정부가 할당관세 대상 품목 지정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일방적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설탕 할당관세. 정부는 지난 8월 기본관세율 30%를 적용받는 설탕을 내년부터 20%로 인하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상태다.
제당업계와 국회에서는 정부가 관세를 인하하면 국내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기 위해 관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법안을 찬성하는 편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0년 할당관세 품목으로 화장품과 향수가 할당관세 적용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지정했던 사례와 지난해 돼지고기 할당관세 적용 연장 사례 등을 들어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할당관세 적용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양돈농가는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이며 관세인하분을 유통업자들이 모두 가져간다며 강력하게 항의, 무관세 물량을 7만톤에서 2만톤으로 축소했었다.
또한 할당관세로 인해 세수감면 추정액이 1조1691억원(2012년 기준)에 달하는 점도 지적하며 국민적 합의 없이 이와 같은 세수 감소가 발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정부는 이런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법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할당관세의 성격상 국제곡물 가격급등, 자연재해 등 경제 상황에 시급히 대응해야 하는데 국회 심의 절차를 거치면 이런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단 것이다.
3일 여야 지도부가 4자 회담으로 극적 합의를 하기 전까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의사일정이 전면 중단, 예산안과 세법 처리 등은 꿈도 꾸지 못했던 상황에서 정부는 국회에 할당관세 의결 권한을 준다면 정책을 시행하는데 차질을 빚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품목이 할당관세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대된다면 수입업자들이 해당 품목을 수입하지 않았다가 할당관세가 적용된 뒤 수입하는 일종의 '수입절벽'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자의적으로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지정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재부는 상임위 보고사항 확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의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사전 심의를 받는 것이 적절치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며 "상임위 보고사항을 확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투명하게 할당관세 대상 품목 지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