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IFRS를 회계기준에 적용할 때마다 애매한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닐 뿐 아니라 기존 사례들도 턱 없이 부족해 현직 회계사들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애매한 상황으로 인해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소지는 다분하지만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에 <조세일보>는 분쟁의 소지가 있는 난제들을 회계감리제도와 관련된 판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공인회계사 자격은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 성격을 가지지만, 회계법인 간의 흡수합병이 있는 경우 권리 및 의무의 양도 범위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회계법인 간 합병으로 소멸하는 권리의무는 기본적으로 사법상·공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모두 존속법인으로 승계가 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권리의무가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회계법인 대표 A씨는 B 회계법인 인수를 앞두고 한 가지 궁금한 사항이 생겼습니다.
최근 B 회계법인은 국가로부터 감사인 지정 제외와 손해배상 공동기금 추가적립 처분을 받았는데, 합병 이후 그 사항이 자신의 회사로 자동종속이 되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손해배상 공동기금이란 회계감사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회사내부 및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적립하는 자금을 의미합니다.
더구나 B 회계법인은 최근 특정회사에 대한 부실감사를 했기 때문에 피감사회사에 대한 감사업무제한 조치를 받은 바 있어 A씨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습니다.
이를 위해 법률 사무소를 찾은 A씨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감사인 지정제도의 취지상, 감사인 지정에 관한 공법상의 관계는 모두 합병 회사로 승계된다는 판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곧 없어질 회계법인의 과실을 인수기업이 떠맡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A씨의 질문에 대해 상담을 맡은 변호사는 "합병 전의 소멸법인에게 어떤 처분사유가 있었다는 사실은 인수법인이 충분히 참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답변을 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공동기금의 추가적립은 회계법인이 외감법을 위반할 경우 내려지는 조치이기 때문에 이 또한 승계가 되는 처분이란 설명이었습니다.
다만 피감사회사에 대한 감사업무제한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감사업무제한은 부실 감사를 자행한 회계법인이 특정회사에 대한 감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인수회사로의 이전이 허용되지 않는 의무라는 법원의 해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서울행정법원 2000.11.2. 선고 99구2934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2.1.11. 선고 2000누15349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