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실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대기업들이 부실에 빠질 경우 고용 시장 및 산업 전체를 뒤흔들 뿐 아니라 주채권은행의 건전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는 채권단의 대기업 관리를 강화하고 사전에 부실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나,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면서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LG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부실 위험이 큰 한계 기업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어서고 있다.
차입금을 기준으로 하면 대기업이 전체의 99.1%를 차지한다. 올해 대기업의 신규 부실채권은 8조5000억원을 기록,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부실 정도는 작아지는 반면 대기업의 경우 반대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의 채권단을 맡고 있는 곳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대부분이다.
산업은행은 1조원 적자가 현실화되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있는 현대그룹, 동부그룹, 한진, 한라, 대성산업, 한진중공업, 동국제강, 두산이 국책은행으로부터 빌린 여신 중 산은이 보유한 액수는 약 15조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의 72%를 차지한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최악의 경우 올해 1조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2665억원 적자를 낸 산업은행은 3분기 소폭 흑자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적자를 유지중이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구조조정이 눈앞에 닥친 한계 기업(STX, 동양그룹, SPP조선, 금호아시아나그룹, 성동, 쌍용건설)의 여신 비중이 자기자본 대비 34%이다.
STX 구조조정 이후 대기업 소속의 계열사 수도 급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수는 1746개로 한 달 사이 19개 줄었다.
STX, 현대백화점, 웅진그룹 등 13개 기업집단은 총 28개 회사를 계열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주채무계열(주채권은행이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을 관리하는 제도)을 늘리고 부실 우려가 큰 곳을 '관리대상계열'로 새롭게 선정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관리해야 하는 기업은 내년부터 13개 정도 늘어날 전망. 한국타이어, 하이트진로, 한솔그룹, SPP조선, 현대그룹, 한국지엠, 애경, 두산, 한진, 효성그룹, 동국제강 등 상당수가 은행의 관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 실적이 2010년 이후 나빠지고 차입금 의존도가 증가해 재무구조가 취약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