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프리미엄 30~40%…인수 자금 무리 없나?
인수 성공 시 금융 업무 공백 메울 수 있어 기대감도
우리금융 계열사 2곳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B금융과 대신증권이 9일부터 3주 동안 확인 실사에 들어간다.
우리금융의 순차적인 민영화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파이낸셜, 우리에프앤아이(우리F&I)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것은 지난 6일. 입찰 가격을 포함해 자금 조달 계획의 가능성, 계약 조건, 경영 능력을 고려했다는 것이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무난하게 인수를 진행, 다음 달 중 우리금융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며 향후 가격 대비 큰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KB, 4대 금융지주 중 여신 전문 회사 없어= KB금융이 인수할 우리파이낸셜은 고금리 대출과 할부 금융을 영위하는 여신 전문 금융회사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여신 전문 자회사가 없는 KB금융 입장에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각 지분 52%의 시가는 2250억원. KB금융은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약 2900~30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피에 상장된 우리파이낸셜 주가는 인수자 확정 소식이 알려진 지난 6일 3.6% 급등했으나 9일 오전에는 약 0.5% 내리고 있다. KB금융 주가는 6일 제자리였으나 9일 오전 1.7% 올랐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파이낸셜 입장에서는 대형 금융지주 자회사로서 자금 조달이 안정되고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 가치가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대신증권이 부실채권 인수 업무? "기대반 우려반"= 대신증권이 인수하기로 한 우리에프앤아이는 우리금융뿐 아니라 기업의 부실 자산을 인수한 뒤 가격을 높여 매각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미국의 부실채권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기준 영업이익은 2010년 470억원, 2011년 580억원, 지난해 580억원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이 본 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은 3600~4500억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우리에프앤아이의 순(純)자산가치가 2800억원에 그치는 점을 볼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30~40% 가량 더한 수준이다.
대신증권은 독립된 증권사로서 과거 명성을 이어왔지만, 금융 위기 이후 실적이 부진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11억원 적자를 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인수가 가격이나 시너지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증권 위주의 금융 그룹으로서 부실채권 인수 업무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우리투자證·지방은행 순차 매각, 우리은행은 미지수= 우리금융은 오는 16일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운용, 우리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 4개사를 묶어 패키지로 판매한다. 예비 입찰 결과 KB금융, NH농협금융, 파인스트리트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어 23일에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대한 본 입찰이 실시된다. 정부가 최고가 낙찰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역 정서나 정치권 논란이 변수로 남아 있다.
가장 몸집이 큰 우리은행의 경우 내년 이후 매각 작업이 실시될 예정이나,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외국계 자본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