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차명거래를 막기 위해, 사전에 등록한 경우에 한해 차명계좌를 허용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그동안 정치권은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오랜 기간 논의해왔으나, 선의의 거래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 가로막혀 법 개정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10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 앞으로 차명거래를 하려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자진 신고를 하도록 추진한다고 밝혔다.
선의의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자진 신고제를 일종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올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CJ그룹 경영진 등 비자금 관련한 차명계좌가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차명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가족이나 동창회 명의의 계좌, 예금 보호 한도 5000만원을 넘지 않기 위한 차명계좌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반대해왔다.
민 의원은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의의 거래자가 차명계좌를 원할 경우 미리 신고를 하되, 신고를 하지 않고 추후 적발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기존의 차명계좌는 개정 법안 시행 후 1년 안에 자진 신고해야 한다. 차명계좌에 대한 정보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넘겨진다.
은행원은 금융 이용자에게 의무적으로 이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며, 검찰이나 국세청이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전달해야 한다.
민 의원은 "금융회사에 차명거래 설명 의무를 부과해 '무지에 의한 미(未)등록 차명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무지에 의해 차명거래를 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차명거래 신고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해당 계좌 자산의 30%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비자금 조성과 탈세에 적극 가담한 금융회사 임직원의 경우 과태료를 현행 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10배 올린다.
현재 차명계좌 금지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의원은 민 의원을 포함해 이종걸 민주당 의원, 안철수 의원이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도 조만간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