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회계업체·상장사 대상 설문 결과 발표
외부감사인들 "공시시한 연장 필요"
상장기업이 결산 후 90일 내에 공시를 마감해야 하는 규정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결산월의 대부분이 연말에 집중돼 있어 외부감사에 필요한 인력 배분 및 감사시간 확보가 어렵다는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부터 회계학계와 외부감사인, 상장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회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설문은 7점 척도로 이뤄졌으며 총 509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설문결과 외부감사인은 외부감사업무 수행시간에 대해 '약간부족(3.14점)'하다고 답변했다. '약간 충분'하다고 답한 기업(4.54점)과 학계(4.71점)와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이는 기업의 약 94%가 결산시기를 12월에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기업들은 대부분 결산시기가 연말에 집중돼 있고, 결산 후 짧은 기간 내에 공시를 마감해야해서 회계사들이 여유를 가지고 감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은 사업년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사업보고서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재무제표 작성에 필요한 인력은 공급이 한정돼 있는데, 결산이 한 시기에 몰려있어 '회계사 품귀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3월 결산법인이던 증권사와 보험사 30개사가 12월 결산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연말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들의 대다수가 재무제표 공시시한이 1개월 이상 늘어나야 한다고 답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공시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 같은 대기업의 경우 결산하는데 10일도 채 안 걸린다고 하더라. 그런 회사는 규모가 크다보니 회계 시스템도 잘 돼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과는 반대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재무제표 작성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당국이 공시마감 시한을 늘려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감사시한을 늘리기 보다는 감사인의 업무조정을 통한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지적하는 점은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작성해주니 자기감사의 위험이 생길 수 있어 독립성 확보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감사업무를 조정해야지 마감 시한을 늘려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감사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 엔론사태 때 회계부정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한 사반스-옥슬리법이 나온 것도 감사법인의 감사수임료 수수료가 소득의 30%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며 "뒤집어 말하면 나머지 70%는 모종의 자문료인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법인의 원래 업무인 수수료 명목으로 들어오는 소득이 적다보니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문료를 받기위해 감사의견이 바뀔 수 있다는 지적. 감사인의 업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혁을 외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제도가 개선된다면 그 대상자는 상장법인들인데, 주식시장에 상장될 정도의 기업들이 정말로 회계처리 능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