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고객 대출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유출 당사자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자체점검을 주문했으며, 관련 직원 및 대출모집인들은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아울러 신한금융지주에서는 한동우 현(現)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고, 농협은행장 자리에는 김주하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선임되며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다만 후보자의 중도사퇴와 단 몇 시간만에 이뤄진 인선 등 선임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들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지난 12일은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이 동시에 만기를 맞이하는 쿼드러플 위칭데이(Quadruple witching day; 네 마녀의 날)가 찾아오면서 관심을 이끌었다.
배당이 시작되는 연말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라는 이슈를 앞두고 시장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올해 마지막 이벤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 SC·씨티은행 사상최대 개인정보 유출 = 지난 11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대출정보 13만여 건이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나 두 은행에서 유출된 고객정보에는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대출액, 대출이율까지 상세하게 들어 있어 각종 금융사기나 악성 범죄에 이용될 위험이 크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이에 관련 임직원 5명과 대출모집인 7명이 검찰에 구속됐으며, 금융감독원은 두 은행에 자체 점검을 주문하며 진상파악에 나섰다.
이번 점검을 통해 고객정보의 대량 유출 경위를 규명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중징계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당사자인 은행 내부에서 조차 쓴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SC은행 노조는 이번 고객대출정보 유출은 업무 외주화를 주장해 온 경영진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또한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하며,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IT총괄 헤드가 최소한의 상식마저 저버리고 은행을 파탄지경에 이르도록 만들고 있지만 SC은행은 누구하나 나서지 않고 방관자처럼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며 "차리리 은행 문을 닫으라"고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제기했다.
■ 개운치 않은 뒷맛 남긴 금융사 수장 선임 = 이번 주 신한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수장 선임이 잇따라 마무리됐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기운이 금융권을 맴돌았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한동우 현(現) 신한금융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신한금융의 회장 선임은 후보 중 한사람이었던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경선을 하루 앞두고 일정을 연기하자는 요청을 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한동우 후보는 현직 회장이라 회추위 위원들과 충분한 소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에게도 자신을 알릴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는 것이 일정 변경을 요청한 이유였다.
결국 한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자신의 요청이 거부된 이동걸 후보는 마지막 면접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약간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아울러 지난 12일 신충식 농협은행장의 후임으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추천한 김주하 부사장이 내정됐다.
농협금융은 이날 오전 10시경 보도자료를 통해 신임 은행장 선임절차에 착수했다고 알리고는 몇 시간 만에 내정자를 선임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신충식 행장의 임기는 돌아오는 3월까지. 이 같은 급속한 인선은 내년도 농협은행의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경영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경영진용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임종룡 회장의 의지 때문이라는 것이 농협금융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 올해 마지막 '네 마녀의 날'…관심은 한맥증권으로 = 올해 마지막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지난 12일 코스피 지수는 약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우려됐던 선물·옵션 만기에 의한 매도는 적은 편이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물이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하루 동안 10.04포인트(0.51%)를 내주며 1967.93에 장을 마감했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시장에 반해 여의도 증권가는 또 다른 이슈로 떠들썩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던 이날 장중에서 한맥투자증권이 주문실수로 감당하기 힘든 손실을 입게 된 것.
한맥증권은 지난 12일 코스피200 12월물 콜·풋옵션 거래를 하면서 시장가격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 가격대에 주문을 넣어 약 57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위급성을 파악한 금융감독원은 다음날 긴급히 검사인력을 투입해 조사에 나섰고, 증권사 주요 관계자들은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오후 거래소는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한맥증권이 결제시한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570억6000만원을 긴급유동성 차원에서 공급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금융당국과 함께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후 한맥증권 측에 구상권 청구를 할 예정이다.
■ 금리동결 7개월째…"이젠 익숙해" =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월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0.25%의 인하가 있었던 지난 5월 이후로 7개월 연속 동결이다.
이날 김중수 한은 총재는 "앞으로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나,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변화 가능성, 미국의 재정관련 불확실성 지속 등이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위험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동결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다수의 채권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13년도 12월 채권시장지표(BMSI) 동향'에 따르면 채권보유 및 운용 종사자 126명 가운데 99.2%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금리 발표 직후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미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짐에 따라 당분간은 현재 금리수준을 유지하면서 이에 따른 영향력을 살필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 동결 기조가 이어지다가, 하반기에 25bp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2.50%의 기준금리는 매우 완화적인 수준으로 정상화 차원에서의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