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종합검사 결과 과태료 600만원 솜방망이 처분
"개인 의한 정보유출 흔치 않은 일…보안상 문제 있어"
메리츠화재가 고객정보 16만4000여건을 업무 목적 외 부당유출한 것이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돼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13만여건의 고객대출정보 유출로 따가온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금융감독원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에 대한 종합검사(5.29~6.27)를 실시한 결과, 고객정보의 업무목적 외 부당 유출, 신용정보에 대한 보호대책 수립·운용 소홀 및 특별계정의 자산운용한도 초과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에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하고 기관주의 조치를 했다. 아울러 직원 10명을 문책(감봉 1명, 견책 1명, 주의(상당) 8명) 등으로 조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모 과장이 2차례에 걸쳐 고객의 개인신용정보 16만4009건을 이메일과 USB를 통해 업무 목적 외로 2개 보험대리점에 유출했다.
또 지난해 11월 고객정보 검출 및 암호화 기능이 포함된 '고객정보 탐지 및 암호화솔루션'을 구축하고서도 지난 5월까지 문서자동암호화 기능(DRM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포함된 고객정보만 탐지되도록 고객정보탐지 프로그램(PF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가 포함된 고객정보는 암호화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킹사고가 아닌 개인에 의한 이 같은 대규모 고객정보유출 사건은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다"며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법정 최고금액이 600만원이기 때문에 그 이상 부과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고객정보유출 사고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 것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과태료는 형사처벌이 아닌 일반적인 행정제재이기 때문에 부과기준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위법행위를 한 금융사에 엄중한 처벌을 가하기 위해 과징금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방침을 추진중이지만 번번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객정보유출에 따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번 사건을 통해 메리츠화재의 허술한 고객정보관리 상황이 적나라하게 알려졌기 때문.
앞서 고객대출정보 10만여건을 유출하는 사건을 겪은 SC은행은 노조에서 IT총괄헤드의 사퇴를 포함해 관련자 전원을 처벌하지 않을 경우 총력투쟁을 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정보유출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화재는 이번 종합검사에서 고객정보유출 외에도 특별계정(퇴직보험유배당) 자산을 장내파생상품에 투자해 운용하는 과정에서 자산운용한도(3%)를 최고 7.50%포인트(124억6000만원) 초과하는 등 자산운용한도 관리에 있어서도 난맥을 보였으며, 부동산 PF대출 심사업무를 제대로 안해 3월말 현재 PF대출 100억원 전액이 부실화되는 등 곳곳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