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면법 개정안을 거부하기로 사실상 내부 검토를 끝냈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22일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 법무부는 사면법 개정안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법리상 문제가 많다는 의견을 보고했다.
고 권한대행은 평소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법무부의 법률 검토결과에서도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의 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에 저촉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재의를 요구하느냐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2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전체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기로 했다.
법무부가 사면법 개정안에서 문제로 지적한 것은 크게 네 가지. 먼저 특별사면 일주일 전에 국회의 의견을 묻도록 한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지만 국회의 의견 회신 절차나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규정도 없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이밖에도 사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상자와 범죄 행위 등을 국회에 통보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불러올 수 있다. 국회의 논의 절차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사면 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는 해외에서도 국회가 특별사면을 제한하는 예가 없다는 것. 한 실장은 "미국의 경우 특별사면을 대통령과 주지사의 고유 권한으로 인정하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 역시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보상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지만 국무회의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만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과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특별조치법'의 경우 과도한 재정 부담이 우려되고, 4·3사건과 6·25민간인 희생자 보상 등으로 확산될 수 있어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