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여야 갈등 역대 '최고조'
2013년은 지난 대선 당시 제기됐던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촉발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이 증폭되면서 '정치'는 실종됐던 '정쟁'의 한 해였다.
국정원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인 대선 개입 정황이 터져 나오면서 수사 외압 논란과 특검 수용 여부로 여야갈등은 '분열'과 '증오'로 치달았다.
여야 대립은 이미 정권 초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업무 기능이관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정부조직법 통과로 시작됐다. 이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야당의 박근혜 대통령 사과와 검찰수사 압박이 거세지자, 국가정보원이 지난 6월 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공개하면서 맞불을 놨다.
□ 1년 내내 '정쟁', 靑 "댓글, 나와 상관없는 일" 치부… 화(禍) 자초 = 결국 논란 끝에 대선후보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 의결해야하는 대통령기록물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자고 제안, 열람했지만 회의록 원본이 국기기록원에 미(未)이관 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며 야당의 반발을 더욱 불렀고, 이후 지난 8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교체되면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과 윤석렬 수사팀장의 배제로 인한 수사외압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선개입 사건이 이명박 정부의 일이 아닌 박근혜 정부의 문제로 확대됐다.
야당의 무력감 역시 '정치실종'을 불렀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장외투쟁까지 벌였지만 민주당은 약한 리더십과 계파갈등 등으로 좌고우면하는 경우가 많았다. 9월 16일 국회 사랑채에서 대통령-여야 대표 3자회동을 가졌지만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한 7가지 요구에 대해 전혀 '합의' 없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어 10월 14일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지난 해 총‧대선에서 인터넷 댓글작업 의혹이 불거지며 더욱 확대, 정기국회 기간 동안 여야 갈등이 깊어지자 박 대통령이 11월 18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여야 합의 존중을 내세워 국정원 개혁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이 끝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수용을 반대하면서 12월 3일 국정원 개혁특위와 예산안 연내처리만 합의된 상태다.
□ 대선 견인 '경제민주화‧복지' 사라져 '공약 후퇴' 논란 =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100% 국민행복'을 외치며 출범한 박근혜정부이지만 취임 첫해 만에 공약을 수정하거나 후퇴시켜 스스로 '약속 대통령'이라는 상징을 무너뜨렸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만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80%에게만 차등 지급한다고 공약이 수정되면서 공약 후퇴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방침과 관련해 결국 11월 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와 뜻을 달리하며 '항명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박 대통령은 "모든 어르신들께 기초연금을 다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와 함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도 사실상 파기됐다. 지난 8월 28일 박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의 오찬 회동 이후 정부의 국정기조는 경제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전환됐다. 하지만 입법화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공정위 전속고발권 요건 완화 등은 공약집에 나와 있는 법안들 중 소수에 지나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