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익명의 제보에 따라 대우건설에 대한 회계감리에 착수하자 대우건설이 적극적인 해명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6일 익명의 제보자로 부터 대우건설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제보를 받았고 자료의 신빙성을 볼 때 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감리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회계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도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금감원 제보자가 대우건설 내부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금감원이 확보한 제보자료의 내용이 지난 11월에 열린 대우건설의 경영평가회의에서 자료로 사용된 내용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내부자의 제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1월 경영평가회의에서 경영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주요 사업장별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최악, 정상, 최선의 상황을 가정해 시나리오 별로 손익을 추정해 보고하도록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이같은 시나리오 경영은 건설경기 침체 이후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제보된 내용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익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미분양 물량이 많은 아파트 건설 현장의 경우 손실의 반영시기를 조절하게 되면 분식회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 "11월에 경영평가회의가 열려 리스크관리를 강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이 논의되었는지는 밝히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크관리를 위한 시나리오 경영 차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손익을 추정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감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회사측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말을 아꼈다.
대우건설측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시나리오 경영에서는 당연히 손실규모를 크게 추정해 직원들을 독려하게 마련"이라며 불황기를 겪는 건설업계의 고충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우건설이 말문을 열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재계에선 감리를 받는 회사측에서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할 경우 오히려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보단 감독기관의 조사에서 진실을 소명하는 편이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일각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감리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을 타켓으로 한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어 대우건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고 있다. 이 경우 대우건설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설 경우 대우건설 경영진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엄정하게 조사하고 있으므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구체적인 제보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