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재무팀장이 이 회장의 국내 부외자금 조성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섬에 따라 이 회장측에서 즉각 반박 하는 등 공판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24부(재판장 김용관 부장판사) 심리로 30일 진행된 공판에서는 오전에 CJ 제일제당 전략기획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 모씨에 이어 오후에는 전 재무2팀장으로 이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 모씨의 증인심문 절차가 속행됐다.
검찰과 이 회장측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을 놓고 증인심문 과정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오전 증인인 이 전략기획실장은 CJ 제일제당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쇼핑백에 돈을 담아 재무2팀에 전달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나 부외자금 모두가 개인적 용도로 쓰인 것이 아니라 일부 공적용도로 사용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이 前 재무2팀장은 부외자금은 전적으로 이 회장 개인자금으로 횡령이라고 주장하는 공소사실에 대부분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
특히 그는 검찰에서 압수한 일계표를 직접 작성했다면서 일계표는 매일 작성되고 매월 보고되지만 연말 일계표 한장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파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임자인 서 모씨로부터 인수인계 받으면서 관재팀의 기획 업무가 음성자금으로 차명재산을 늘리는 의미로 전해들었다면서 자신이 공부했던 방향과 맞지 않아 상의드린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회장으로부터 '경영을 잘해서 실명주식 가치를 올리는 것은 자신의 몫이고, 관재팀은 차명재산의 가치를 늘려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쟁점으로 삼았던 부외자금의 용도와 관련해서도 일계표상의 자산은 모두 이 회장 개인재산을 나타내는 것으로 회사를 위한 공적자금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들은 반대심문을 통해 재무팀장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 실제 업무 처리한 기간이 별로 되지 않아 모르는 부분을 짐작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변호인들은 다른 재무팀 직원들의 진술을 들어 개인재산이 회계 장부 등으로 정확히 관리되고 있다면 그것을 개인재산으로 볼 수 있냐며 증인을 압박했으나, 이 前 재무2팀장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술을 굽히지 않았다.
이 팀장은 CJ 지분현황에 나타난 기타(국내) 항목은 이 회장의 국내차명재산을 가르키며, 기타(해외) 항목은 해외차명재산을 말한다고 밝히면서, 관재팀 내부적으로 차명 대신 기타라는 용어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재무2팀장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비자금 조성 규모가 너무 커서 겁도나고 걱정됐다면서 자신이 업무를 넘겨받을 때 이미 상당부분 금액을 줄여가야한다는 건의가 있었고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신동기 당시 부사장 역시 비자금 조성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제일제당에서 이 회장에게 올라가는 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이미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금고의 위치와 금고 내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13층에 있는 재무2팀과 14층에 있는 금고로 가기 위한 비상계단이 따로 있어 그 계단을 주로 이용해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반대심문을 통해 "회사와 관계가 좋지 않아 쫒겨나듯 나왔지요"라고 다그쳤고 이 전 팀장은 "당당히 걸어나왔다"고 응수했다.
변호인들은 이 전 팀장이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들며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공격했다. 이 전 팀장은 편지 내용 중 일부 거짓이 있는 것은 맞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진실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공판에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으나, 약 1시간 가량 자리를 지킨 뒤 건강상의 이유로 퇴정했다.
이 회장은 구속기소됐으나 신장이식수술 등 건강이 좋지 않아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구속집행정지는 내년 2월 말까지다.
재판부는 내년 1월 중으로 결심하고, 2월 중으로 선고할 예정이지만, 추가 증거가 제출되고 증인심문이 더 진행될 경우 선고가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기일 재판부는 추가심리가 많아질 경우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어서 선고가 내년 4월이나 5월 초로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