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국세청과 일선 세무서가 연말연시 이·취임식을 치르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인사이동의 이면에는 일선 세무서장들이 부임한지 1년의 임기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대거 전보돼 국세청이 정하고 있는 인사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눈에 띈다.
광주지방국세청의 경우 1월 2일자로 단행된 과장급 전보인사에서 관내 14개 세무서 가운데 8개 세무서의 서장들이 자리를 옮기거나 복수직 서기관들이 초임 세무서장 발령을 받고 취임했다. 그야말로 인사태풍이 일어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대전,대구,부산지방국세청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세무서장 부임 후 1년의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부임 6개월만에 전보대상에 포함된 사례가 상당수 보인다. 국세청이 내세운 ‘현 보직 1년 미만자는 인사 전보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인사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
광주청의 경우 전보 대상에 포함된 8개 세무관서 가운데 광주와 전주세무서장이 1년의 임기를 채웠을 뿐 여수·나주 세무서장은 부임 8개월, 해남·군산·순천·서광주 세무서장은 부임 6개월만에 자리를 옮겼다.
전보대상에 오른 이들 세무서장의 대부분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초임서장 발령을 받아 1년, 짧게는 6개월 임기를 채우고 또 다시 수도권 소재 지방청이나 세무서로 자리를 옮긴 경우다.
국세청은 과장급 전보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수도권청 관리자들의 승진일자가 빠르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워 초임 세무서장 발령자들을 지역 소재 지방청으로 대거 방출시키고 있다. 그후 수도권에 자리가 생기면 우선적으로 끌어다 쓰는 식이다.
이처럼 지방청 초임 세무서장으로 발령 받은 관리자들이 6개월 단명에 그치는 사례가 빈발하자 지방청 소속 세무공무원들 사이에선 "대전·광주·부산·대구지방국세청 등 충청이남 소재 4개 지방청은 본청과 수도권 소재 지방청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배출구일 뿐"이라며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매년 반복되는 이같은 인사행태는 지방국세청에 심각한 인사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청 사무관(5급)들의 경우 힘겹게 서기관(4급)으로 승진하고도 복수직 서기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선 수년 동안 수도권청 복수직들에 밀려 초임 세무서장 발령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설령 초임 세무서장 발령을 받더라도 명예퇴직을 1년 또는 6개월 남겨 놓은 상황이어서 관리자로서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공직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세무서장 자리에 오르더라도 시내권 소재 세무서장 자리는 수도권 관리자들에게 내주고, 외딴 시골 세무서로 발령 받기가 일쑤. 이렇다 보니 토박이 관리자들이 수도권 관리자에 비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도 떨어지고 있다. 광주지방국세청 세원분석국장직의 경우 5명의 국장들이 연이어 6개월만에 교체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 자리는 대부분이 6개월 후 명예퇴직하고 공직을 떠나는 자의 몫이었다.
지방청의 한 직원은 “본청의 인사수급상 불가피한 상황이라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관리자들의 잦은 이동은 안정적인 세수확보 차원에서나 관내 납세자들에게도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인사는 예측 가능한 인사, 조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