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결국 '부자증세'라는 명목 하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세(稅)부담을 늘렸다.
올해부터 법인세 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은 현행 16%에서 17%로 1%p상향조정되고, 10%로 일괄 적용돼 오던 투자세액공제 제도 등에 대한 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 등으로 차등 적용된다.
특히, 지난해 초 14%에서 16%로 2%p 인상된 최저한세율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1%p가 인상됐다.
최저한세율이란 각종 공제·감면의 적용으로 기업들이 납부할 세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이른바, '세율 하한선'.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저한세율을 1%p 인상할 경우,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올해 1495억원, 2015년 3056억원, 2018년에는 3628억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즉, 향후 5년 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은 연평균 2970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인상을 관철시킨 민주당은 부자증세가 아닌 그동안의 부자감세 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세부담을 높이면 그만큼 우리나라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대기업과 협업하며 살아하는 수많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도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로 재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성일 연구원(조세팀장)은 이번 세제개편에 대해 '우등생 벌주기'라는 표현을 쓰며 기업의 투자위축을 우려했다.
홍 연구원은 "법인세 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은 2011년 기준 27개였지만 현재는 20개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5년간 3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20개의 대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세부담의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것.
또 "최세한세율이 1년 새 3%p가 오른 격인데 너무 급박하게 올린감이 있다"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연구인력개발과 투자촉진 관련 세액공제율이 낮아진 것은 투자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우등생에게 벌을 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R&D 투자세액공제는 누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에 플러스가 되니까 적용되는 것인데 주체가 누구인지로 나누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기업규모에 따라 차등적용 된 투자세액공제율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예뻐서 공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R&D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분보다 적게 발생하니, 조세로 지원하자는 측면에서 나온 제도인데 규모에 따라 차등화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 황상현 연구위원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른 국가에서는 법인세율을 계속 낮추고 있는 상황인데, 최소한세율을 높이고 투자세액공제율을 낮춘 것은 국제질서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황 연구위원은 "최저한세율을 설정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 대만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며 "최고 법인세율 대비 최저한세율도 우리나라는 73%로 미국 51%, 캐나다 52%, 대만 40%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인력개발과 투자촉진 관련 세액공제율의 차등 적용에 대해선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투자의욕은 이미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 예상된다"며 "우리나라의 세부담이 경쟁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면 기업들은 충분히 해외로 투자를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