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의 법칙'이란 대형사고가 터지기 이전에는 반드시 그 징후가 미리 예고된다는 법칙이다.
1931년 미국의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 1명이 나오기까지에는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나 미리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이전에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셈이다.
지난 8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는 이 같은 법칙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최근 3년간 금융권 고객정보 유출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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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회사 |
유출건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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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 |
한화손해보험 |
15만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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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 |
현대캐피탈 |
175만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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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 |
하나SK카드 |
9만7000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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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 |
삼성카드 |
80만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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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 |
한국SC은행 |
10만3000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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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
IBK캐피탈 |
5800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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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 |
한국씨티은행 |
3만4000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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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 |
메리츠화재 |
16만여건 |
아직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175만여 건의 정보유출을 일으킨 현대캐피탈을 비롯, 가장 최근의 메리츠화재와 한국씨티은행 등에서 일어난 참사가 생생히 남아있다.
은행과 보험사, 캐피탈에 이어 카드사에 맡긴 정보까지 유출이 되자 '말로는 개선한다면서 바뀌는 게 무어냐', '도대체 금융권에서 믿을 곳은 어디냐'는 소비자들의 푸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번 사태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량이 최소 1억건 이상에 달하는 등 피해규모가 남달라지자 급박해진 곳은 금융사들의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금융당국이 돼버렸다.
더욱이 작금의 사태가 발생하기에 앞서 300만건 이상의 유사사례가 발생했음에도 그동안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은 당국이 비판여론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으로 정보가 유출된 카드업체 3곳(KB, 롯데, 농협)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할 계획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또 다음 달까지 모든 금융회사의 용역업체 위탁관리 현황을 전면 점검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고 관리자가 전산자료 보호 등 금융거래의 안전성 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며 "금융회사별로 체크리스트를 기초로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 및 미비점에 대해서는 보완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당국의 대응이 낯설지 않은 것은 비단 출입기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일반 국민들도 정보유출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사들에 대한 특별점검이 실시되고, 외부 PC 반입을 금지하거나 USB 접속을 차단하겠다는 등의 재발 방지책 제시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앞서 하인리히 법칙을 언급한 것은 사고발생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알리고자 함이 아니다.
금융소비자들의 안녕을 보장해야 하는 금융당국이 사고이전에 발생하는 작은 신호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과실이 드러난 금융사들에게 엄중 제재를 가하겠다는 당국의 발표내용처럼 엄격한 검사와 사후 재발 방지를 위한 내실있는 예방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