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투기 등급' 채권에 세제 혜택 부여?

금융 소득 2000만원 초과자, 1년 이상 가입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수익률 제로(0)인데 실효성 거둘지 의문

신용 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 간접투자를 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분리과세가 허용되는 하이일드펀드(high yield fund)가 곧 출시되기 때문이다.

9일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상품 판매 준비를 시작, 이르면 오는 3월부터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이일드펀드의 분리과세를 허용하면 신용 등급 낮은 중소기업들이 투자 자본을 흡수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가 불안한데다 투기 등급의 채권에 세제 혜택을 준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우려도 자아낸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투자자산 100%를 국내 자산에, 이 중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한다. 무엇보다 30% 이상은 신용 등급 BBB 이하의 채권이나 벤처기업 주식시장 코넥스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금융 소득 연 2000만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일 경우 이자소득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종합소득세율 6.6~41.8% 대신 원천 세율 15.4%를 적용하는 것.

분리과세 조건은 1인당 가입액 5000만원까지이며 5000만원을 초과하는 가입액의 이자소득은 해당하지 않는다.

1년에서 3년 동안 투자한 금액에 한해서만 분리과세가 허용된다. 사망, 이민 등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 1년 안에 펀드를 환매하면 분리과세가 취소된다.

서태종 자본시장국장은 "투자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들이 고위험·고수익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기업들도 줄줄이 쓰러지는 상황에서 투자수요가 얼마큼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점.

특히 웅진그룹, 동양그룹의 계열사가 회사채를 판매했다가 도산하는 과정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투기 등급 채권을 더욱더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신용 등급 BBB 이하의 회사채는 지난 2011년 4조9000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거의 발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난달 발행액은 0원이다.

또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은 제로(0)에 가까워 은행 금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주요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8일 기준 0.1~1.2% 수준이다.

이에 대해 서태종 국장은 "지난달에는 하이일드펀드 일평균 수익률이 5.07%이다. 향후 비(非)우량 자산을 편입하면서 안정성도 높일 수 있는 수익률 제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일드펀드 수익률 현황
(1월 8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