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발생하며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나 수십 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메리츠화재와 SC·씨티은행의 정보유출이 일어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당국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월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며 주목받았고, 12년 만에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지방은행 매각안이 세금문제에 부딪쳐 난항을 겪으며 굴곡진 행보를 예고했다.
■ 피해규모 1억건…사상 최악의 정보유출 사태 = 지난 8일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는 국내 2위 개인신용정보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직원 K씨를 구속하고 그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KB카드, 롯데카드, NH카드의 3개 신용카드업자로부터 고객 정보를 대량으로 불법 수집해 유포 한 혐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유출된 고객정보는 약 1억 400만명(KB카드 5300만명, 롯데카드 2600만명, NH카드 2500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유출된 정보는 회원의 성명이나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주소 등이며 이 자료는 대출광고업자 및 대출모집인에게 유출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에서 KB, 롯데, NH카드를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이번사태의 피해자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로 금융사들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그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간 약 300만건의 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유사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그 규모도 점차 커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제재와 묵인이 금융사 정보유출 사고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당국은 매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감사만 한다고 하지 말고, 강력한 제재를 제시하고 시행하는 감독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연맹은 "감독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금융사의 정보유출사고의 재발을 불러 온다"며 "처벌강화와 임직원의 의식제고 및 내부통제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자발적인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50%에 멈춘 기준금리…시장반응은? =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새해 첫 기준금리를 연 2.50%로 결정하며 8개월 연속 동결기조를 유지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친 보고서를 내서 환율 급등에 영향을 끼쳤고,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을 한 상태라 이번 금통위의 결정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에서 특정 보고서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의 금리결정에 대해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엔화약세에 수출 및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미국경제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우리나라도 금리인하카드를 써서 경기부양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자료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하락으로 수출 단가 면에서 한국 자동차는 일본 제품보다 8%, 철강은 5%, 기계류는 15% 가량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반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여 금리인하 기대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실제로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게 본다. 앞으로 동결기조가 이어지다가 연준의 양적완화가 완전히 종료되는 4분기 이후에는 다시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난항 겪는 지방은행 매각…세금매듭 풀릴까 = 12년 만에 이뤄지는 경남·광주은행의 민영화가 세금문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지방은행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경남·광주은행 매각이 무산되도록 분할계획서를 바꿨다고 밝혔다.
애초 지방은행 민영화는 매각과정에서 발생하는 6500여원의 법인세를 면제받는다는 대전제 하에 출발했다. 두 은행의 매각대금이 1조 7000억원 선인 만큼,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적자금 회수'라는 민영화의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리금융의 강력한 입장표명은 무리한 민영화 추진에서 발생한 지역민들과 정치권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방은행의 지역환원을 외치는 경남·광주은행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고, 해당지역 정치인들도 조특법 통과 무산으로 강력 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광주은행 노조는 매각안 발표에 대해 "지역민과 직원들의 분리매각 민영화 염원에 대한 실망감만 안겨줬다"면서 "광주, 전남 시도민과 함께 강력한 인수 반대 투쟁을 전개 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
아울러 경남은행 노조는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막아낼 것"이라고 공표하는 등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