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최대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세입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세청과 관세청이지만 처음부터 관세청이 국세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세수의 3분의 1을 걷고 있으면서도 내국세에 비해 세수 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인력이 국세청에 비해 25%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주목을 덜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관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과제를 적극적으로 시행, 세수목표를 달성함에 따라 관세청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이렇게 된 데에는 뒤에서 묵묵히 지하경제 양성화 업무를 총괄했던 관세청 장웅요 사무관(사진)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이었다.
장 사무관은 14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나 납세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복지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세율 인상 등 직접적인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장 사무관도 처음에는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그러나 지하경제 양성화를 조세정의도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데 마음을 다잡고 장 사무관이 적극적으로 과제를 발굴한 결과 ▲금융정보분석원 정보공유(FIU법)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제한 ▲관세부과제척기간 2년→ 5년 연장 ▲과다환급 방지 ▲여행자 해외 신용카드 실시간 관리 법안이 지난 한 해에 모두 통과됐다.
몇 년 동안 논의해도 쉽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장 사무관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린 끝에 얻어진 값진 성과물이었다.
□ "세수확보 방법은 지하경제 양성화 뿐" = 장 사무관이 세수확보 방법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뿐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 것은 인수위 시절부터였다.
장 사무관은 늘어나는 복지수요와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여러 공약들을 시행하기 위해선 세수확보가 필수적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2012년도부터 세수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던 장 사무관은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역시 세입이 좋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율 인상도 어렵다고 느꼈던 장 사무관이 찾은 방법은 지하경제 양성화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늘 그랬듯이 인력이 부족하단 것이었다 통관과 관세심사, 관세조사, 외환조사, 밀수 단속·감시 등 수많은 업무를 하고 있는 관세청은 늘 인력부족에 시달렸지만 장 사무관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이에 장 사무관은 80명에 불과하던 관세조사 인력을 2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등 추가인력을 확보하고 기존 인력 업무를 재배치해 6개 본부세관에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이 관세조사 비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국세청은 매년 4500명의 세무조사 인력으로 전체 법인사업자(46만개) 중 1%를 세무조사하고 있지만 관세청은 80명의 인력으로 0.15%의 조사비율을 보였다.
이렇다보니 수출기업들이 '관세조사만 무사히 넘어가면 되겠지'라는 요행을 바라면서 탈세를 한다고 판단한 장 사무관은 관세조사 인력을 두 배로 늘려 조사비율을 0.15%에서 지난해 0.27%로 끌어올렸다. 세수는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장 사무관은 "1996년 물건을 먼저 통관하고 사후에 심사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지만 관세청이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물류촉진·신속통관에 역량을 집중하고 사후 세액심사 쪽은 뒷받침을 하지 못했다"며 "과거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시키면 자연적으로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인력을 확충했다"고 말했다.
□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제한·FIU법 통과 '뿌듯'" = 장 사무관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제한 법안과 FIU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었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제한 법안(부가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은 관세조사를 받는 등의 이유로 보정, 수정, 경정청구, 경정 등으로 납부세액에 변동이 생기면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했지만 법안이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수출입 업체와 관세사 업계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장 사무관은 조세정의 차원에서 반드시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국회의원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업계 인사들도 자주 만나 법안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장 사무관은 "국세청에서는 부가세를 탈루해 추징하면 수정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지 않는다"며 "그러면 업체는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데 관세청은 추징을 하고도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해줘 결국은 세금을 추징한 효과가 없어서 법안 개정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법안이 시행됐던 7월16일을 직전, 평소 100억원대이던 수정신고가 1600억원으로 16배 증가하기도 했다. 장 사무관은 "업체들도 스스로 문제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앞으로는 기업들도 신중하게 세금을 납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FIU법안 통과 역시 쉽지 않았다고 말한 장 사무관은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들여다보는 등 개인정보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굉장히 힘들었다"며 "문제점을 보완하고 고액현금거래(CTR) 정보를 유용하게 쓰겠다는 설득 끝에 법안이 통과됐다"고 회상했다.
□ "나 혼자만의 성과물 아니다" = 많은 성과를 거둔 장 사무관이지만 이 모든 것이 자신만의 공이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장 사무관은 지하경제 양성화 총괄 업무는 물론 2011~2012년 했었던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센터장, 2009년부터 3년간 기획재정부 양자관세협력과, 2008~2009년 고성세관장을 거쳤을 때도 모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AEO 센터장을 하면서 한·중 AEO MRA 체결을 위한 기초를 튼실히 다져 결국 지난해 한·중 AEO MRA가 체결됐고 한·중 FTA 협상이 착수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기재부에 파견갔을 때는 FTA 협상 업무를 담당, 7개 국가와 협상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미안하다고 하는 장 사무관. 지하경제 양성화 업무를 하던 초기 6개월 동안은 김포에 있는 집에도 가지 못해 가족들이 대전으로 내려와 얼굴을 봐야하는 등 장 사무관이 이룬 성과에는 가족들의 눈물도 있었다.
장 사무관은 "이런 성과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없으면 하기 힘든데, 백운찬 관세청장을 비롯해 윗분들이 빠른 결단력을 보여줬고 일선 세관 직원들이 고생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같이 움직여주고 밀어주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성과를 거두기는 불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관세청이 있는 동안 열심히 하겠다. 내가 거쳐간 자리에 내가 했던 일에 대해서 잘못된 평가를 받지 않도록 잘해야겠단 생각 밖에 없다"며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이 훗날 우리의 납세의식을 좋아지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