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 "10년 만에 검사 받아 준비 미흡"
가계 부채·저축은행 사태로 은행 성적 '저조'
IMF에 정보 비공개 요청 후 답변 기다리는 상황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World Bank)가 지난해 실시한 한국의 금융 평가 성적은 형편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IMF 평가단은 금융 평가 프로그램(FSAP)을 실시, 한 달 안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나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FSAP(약칭 에프삽) 제도는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를 차단하기 위해 IMF가 회원국의 법률과 제도상 취약점을 사전 점검하는 프로그램. 1999년 외환 위기 당시 거시 경제의 안정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으며 금융 위기를 예방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IMF는 총 점검 후 그 나라의 금융 당국에 구조 개혁을 권고하기도 한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FSAP 평가를 받은 25개국 중 한국은 현재 19위에 올라 있다.
FASP 결과가 중요한 것은 IMF 이사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로 활용된다. 국가 간 자본의 이동이 확대되면서 중요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된 검사에서 한국 정부와 금융 당국은 준비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 평가는 FSAP 도입 이후 2번째로 10년 만에 실시됐다. 통상 5년마다 실시되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 놓이면서 한차례 지연된 탓이다.
복수의 금융 당국 관계자는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해 검사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으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평가단 15명은 서울의 금융감독원에 직접 방문해 2차례 검사를 실시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포함해 금융시장의 시스템 안정성, 금융정책 및 금융 감독의 국제 기준 이행 정도를 진단했다.
평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은행 부문의 성적은 매우 저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역별 평가 항목에 대해 '준수(compliant), 대부분 준수(largely compliant), 부분 준수(material compliant), 미준수(noncompliance)' 4단계로 분류해 심사가 이뤄지는데, 시스템 리스크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은행 부문에서 3분의1 가량의 항목이 '부분 준수'에 해당했다.
금융 위기 당시 가계 부채 문제,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 금융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과정에서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뜻이 된다.
한 정부 당국 관계자는 "IMF 이사실에 부분 비공개 요청을 했고, 결과는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IMF 이사실에는 한국 정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근무 중이며, 과거 부분적으로 비공개 요청이 받아들여진 일이 있다.
하지만 평가 결과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 정도로 나쁘진 않았다. 다만 오해될 만한 부분이 있어 비공개 요청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