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한국의 금융시장이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감독 시스템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21일(미국 시각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MF는 한국의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Financial Sector Assessment Program) 핵심 보고서인 FSSA(Financial System Stability Assessment) 및 ROSC(Reports on the Observance of Standards and Codes)를 공개했다.
FSAP 제도는 국제 간 자본 이동이 확대되면서 거시 경제의 안정을 보장하자는 목적으로 1999년 외환 위기 당시 도입됐다. 회원국의 금융 시스템을 평가하고 취약점을 조기 진단해 위기를 예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5년마다 FSAP 이행이 이뤄지며 한국은 2003년 이후 10년 만에 평가를 받았다.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한차례 점검이 지연됐다. 한국은 25개국 중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IMF 평가단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한국 금융시장의 취약성은 크게 개선됐다. 은행권의 자본 구조(capitalization)가 개선되고 외환 유동성은 강화됐다.
그러나 리스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 은행의 수익성이 약한 수준이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건전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LTV(loan to value ratio)나 DTI(debt to income)와 같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는 정책에 의해 은행의 가계 대출은 덜 증가했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 대출은 증가했다.
은행의 위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행이 회복력(resilient)을 보이는 반면 비은행 금융기관은 취약한 상태라고 IMF는 진단했다.
IMF는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에 감독 부재가 지목됐다.
금융시장에 대한 감시와 제재도 한층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제안이다. IMF는 현행 법규의 개선을 통해 형사제재뿐 아니라 행정 및 금전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IMF는 한국의 규제 구조가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영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감독 기관 간 업무 중복 및 복잡한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규제 구조 탓에 법 개정 절차가 느리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정치적 절차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