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요 공공기관 인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업계의 관심이 한 가지 주제로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고위공무원단 인사가 지연되고 있을 뿐더러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정기인사에서 일부 임원에 대한 인사가 기약없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가 하면, 차기 인선에 근접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정보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 지난주 발생한 사상최악의 고객정보 유출사태는 여전히 금융권의 화두로 자리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상황파악 및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 인사지연에 답답한 금융권…청와대 때문에? = 금융권이 주요 공공기관 임원 인사를 놓고 술렁이고 있다.
금융위 고공단 인선이 수개월 째 늦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정기인사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금융위 상임위원에 정지원 새누리당 전문위원이 임명되면서 금융위 고위직 중 공석은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한 자리로 줄어들었다.
저축은행 뇌물수수혐의를 벗고 복직한 김광수 전 FIU(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이 한때 유력했으나 최근에는 다른 인물이 거론된다는 것이 금융위 내부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도 공석이 길어지니 외부에서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느리다는 불만이 들려온다"면서 "이달 중으로 인사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의 경우도 수석부행장 없이 부행장 인선만을 완료했다. 당초 산은 내에선 류희경 기업금융부문 부행장, 김윤태 투자금융부문 부행장의 내부승진에 무게를 뒀지만 청와대로부터 '퇴짜'를 맞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산업은행이 3년 임기를 채운 류희경 부행장을 정책금융공사 사장직으로 내려 보내 두 기관의 통합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들려온다.
한편 조준희 전 행장시절부터 하루 만에 인사를 완료하는 '원샷인사'를 단행해온 기업은행은 본의 아니게 '투샷'을 하게 될 상황이다.
지난 14일 정기인사를 단행한 기업은행은 약 1900명 직원의 승진 및 이동을 하루에 마무리 지었지만 수석부행장(전무)에 대한 인선은 미뤄지게 됐다. 이 역시 정부의 인사검증이 끝나지 않은 탓이다.
이에 기업은행은 김성미 남중부지역본부장과 김도진 남부지역본부장, 시석중 인천지역본부장을 본부 조사역에 잠정 발령하는 편법을 써서 수석부행장 선임 이후로 부행장 보직 임명을 미뤄두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기인사란 것이 한 두 달씩은 기본으로 미뤄지는 것이 어느덧 관행이 돼버렸다"면서 "특히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업계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곳인데 정부 눈치만 보며 허송세월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전했다.
■ 최악의 정보유출 사태…피해확인은 언제쯤? = 사상최대의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여파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에 의해 유출된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고객들의 개인정보 규모는 약 1억 400만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동일인물이 피해사례에 중복되는 경우를 감안해도 최소 1000만명에서 1700만명의 고객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 카드 소지자가 약 20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 셈이다.
다급해진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금융회사 및 금융협회의 CISO(정보보호 최고책임자)와 CPO(개인정보보호 책임자) 90여명을 소집해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최수현 금감원장은 국민카드 본사를 방문해 피해자들에 대해 전액보상과 더불어 경우에 따라 금융사 CEO까지도 엄벌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금융위와 금감원은 17일 '금융사 고객정보보호 정상화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유사사례 재발방지 방안과 TF운영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검찰에 따르면 고객정보의 불법수집자와 최초 유포자가 검거됐기 때문에 외부에 더 이상 추가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이어 그는 "관련 제도개선을 위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책임지고 철저히 대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금감원은 대규모 정보 유출 및 불법 유통 사례를 접수받기 위해 정보유출 감시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는 접수되는 정보 유출 건을 해당 검사부서 또는 수사기관에 통보하거나 해당 금융사에 통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편 다음 주부터는 개인고객들도 자신이 이번 사태의 피해자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고객 정보 유출 자료와 카드사 자체 조사 자료를 취합해 17일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은행에 피해 고객 자료를 모두 넘길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정보 유출사고에 따른 고객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신용카드사로 하여금 정보유출 내역과 함께 피해최소화 방법 및 피해구제절차 등을 고객에게 조속히 통지토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