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국민 무시한 오만한 발상"…야 "신제윤‧최수현 경질, 현오석도 각오해야"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대책과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민책임 전가'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모두 "부적절한 발언",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난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현 부총리는 지난 22일의 경제장관회의에서 금융당국의 책임과 문책을 지적하는 기자의 질문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하는데, 현명한 사람은 이를 계기로 이런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들의 정보 제공 동의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고 말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이 최고위원은 "금융당국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수년간 반복되고 있고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신종 금융사기 수법이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이 사건 전까지 피해를 입힌 금융기관에게 고작 600만 원에 불과한 과태료를 물리는 등 솜방망이 조치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문제점을 방치해왔고 이번 사건을 안이하게 대응하다 여론에 떠밀려 미봉책을 내놓은 금융당국이 책임이 없다는 현 부총리의 발언에 납득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한 식구라고 볼 수 있는 ‘모피아’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거듭 힐난했다.
이어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오만한 발상"이라며 "금융당국 책임 여부는 부총리 혼자 맘대로 결정할 게 아니다. 국민이 따지고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철 최고위원 역시 현 부총리가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발언을 지적하며 "한심한 발언이다. 정보제공에 동의를 안 하면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해놨는데 현 부총리는 도대체 현실을 알고 하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 염장을 지르고 성난 민심에 불 지르는 발언에 다름 아니다"고 거듭 지적하며 현 부총리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은 엄중문책을 지시했는데 부총리는 (개인정보 공유에) 동의한 국민에게 책임 있다고 하니 과연 부총리가 맞느냐. 실언에 대해 사과하는 게 빠를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김상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금융사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직무유기한 금융당국에 그 원인이 있지 않느냐"며 "국민들을 실망감을 넘어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기다려주는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지 못할망정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훈계하고 있는 현 부총리의 공직자로서 비상식적인 발언과 그 인식에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현 부총리를 비롯한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향해 "그 무책임함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진심어린 사죄와 총체적 책임 있는 과정과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고위정책회의에서 현 부총리를 향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외눈박이식 인식"이라며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쳐온 참으로 어리석은 정부가 책임을 묻는 국민의 분노를 '어리석다'고 치부해 버리는 오만과 무책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금융감독기구의 관리부실 책임이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책임져야 할 금융감독당국이 모든 책임을 카드회사에만 떠넘기면서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발상은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온 국민의 신용정보가 털린 이번 사태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 철저한 진상과 근본대책을 위한 국회의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정애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현 부총리를 향해 "우리는 정보의 제공에 동의한 것이지, 정보의 유출에 동의한 게 아니다"며 "이런 것도 구분 못하는 분이 지금 경제부총리로 앉아 계신다는 사실이 굉장히 가슴 아프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을 탓하기 전에 정부는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경질하고, 금융 사고를 일으킨 해당 금융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에도 알맹이 없는 대책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이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금융당국에 대한 문책과 경질을 강제 동의로 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