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총리는 이 날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정례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경제정책이 대통령 탄핵의 사유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경제부총리의 입장을 정리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이 부총리는 "외환위기 이후 환란의 책임을 지고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적이 있다" 며 "이번에 (대통령 탄핵사유로) 다시한번 사법판단의 대상이 됐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고 말했다.
다음은 이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유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OPEC의 감산 결정이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최근 유가에 모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감산 발표 후에 국제유가는 감산 이행에 대한 의구심, 미국 석유 재고 증가 등으로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것이 지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2/4분기 이후 비수기와 맞물려 점차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게 국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나 GDP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세계경제회복과 중국경기의 과열 현상에 따른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다. 아직 내수가 활발하지 않아 원가 요인이 소비자 물가로의 전가는 제한적이다. 인플레이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물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생활물가가 전년에 비해서 많이 올랐다. 공공요금 등록금, 농산물 등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공공요금이나 등록금은 예년에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폭설, 광우병 등으로 농산물 수급 차질이 있었지만 금년도 수확기가 도래하면 해결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3월달이 항상 물가가 올라가는 달이었다. 연초에 발표했던 물가 전망을 볼 때 수요 측면에서도 변화가 없다. 다만 유가와 원자재 등 비용 측면에서 약간의 인상 요인이 있다. 현재로서는 0.3%포인트 정도를 상향조정한 3.3% 정도로 전망한다. 그러나 물가 때문에 거시경제 전망을 바꿀 필요는 없다.
▲경기에 대한 진단은?
-나름대로 1/4분기 경제운영결과를 보면 우리 경제가 일단은 회복국면에 진입한 상태로 본다. 수출경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내수는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작년 수준에 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생산증가세가 확대되고 있고 경공업 제품 등의 수출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경기로까지는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고용도 점차 개선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IMF 등 국제기구에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 전망을 1%포인트 정도 상향했다. 내수 회복은 수출보다 조금 늦게 따라올 것이다. 2/4분기 후반부터 하반기가 되면 내수 시장의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CBO 중 6000억원이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800여개 벤처기업에 총 2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이중 도산했거나 회수가 완료된 기업을 제외하고 만기 연장이 필요한 금액이 550여개 기업에 총 1조4000억원 정도다. 보증지원을 연장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보증방법은 CBO를 재발행하는 대신 일반 보증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족한 재원과 관련해 추경을 편성할 계획은 있는가?
-아직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이것만 갖고 (추경을) 생각할 수 없다. 올해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내년 기보의 운영계획을 만들 때 추가적으로 출연이 필요한 지는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
▲환율상승에 대한 걱정이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은?
-환율은 시장의 수급, 경제의 펀더멘탈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다. 분명히 하는 것은 일부 수입원자재 가격이 불안하거나 물가가 불안하다고 해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서 환율을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환율은 시장수급 동향에 따라서 균형을 맞춰 줄 것이다.
▲산업은행 1조원 증자 추진되고 있는데.
-외환위기 이후에 극복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자기자본이 부족현상이 나타나 99년 5조4000억원, 2001년 3조원을 지원했다. 산업은행은 일반 상업금융기관과 달리 자본금을 늘릴 방법이 없다. 다른 기관은 유상증자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산업은행은 정부의 출자를 통하지 않고는 자본금의 증자를 꾀할 수 없다. 우리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이 끝났다고 하지만 정상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상업금융기관들이 기업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정상적으로 할 때까지는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보완적 기능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이는 우리 기업과 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당분간, 상업금융기관이 제대로 기능할 때까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기능을 해줘야 한다. 산업은행이 정부측에 출자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를 검토하고 있다. 곧 결론을 내겠다.
▲신용등급을 상향시킬 노력은 할 것인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에 비춰볼 때 신용등급이 낮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우리 경제 현실과 미래 전망, 경제정책 운용과 내부에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평가를 적극적으로 설명해 가능한 신용등급이 좀더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를 두고 공정위와 이견이 있는 것인가?
-공정위원장이나 나나 극히 정제된 표현을 쓰고 있다. 지난번 창업지원대책에서도 나타났지만 공정위쪽에서 투자 촉진을 위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재경부 내에서도 국실간 티격태격할 수 있다. 붗처간 실무자끼리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 경제팀에는 이견이 없다.
▲총선 후 정책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일부에서 총선 후 이헌재 부총리가 바뀔까봐 여러 정책을 미리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 같다.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경제 현실 변화에 대응하면서 참여정부 초기 정책이 현실중심으로 변화했다. 그런 기본방향에 대해 대통령이 두 세차례 확인시켜 줬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분배 우선이라는 오해가 일부에서 있었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 경제가 어려우면서 성장 노력은 묻히고 분배만 떠오르면서 비롯된 오해다. 성장과 균형에서 성장쪽으로, 시장경제쪽으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됐다. 이러한 기조는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잘 될 것이다. 특히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성장 잠재력을 배양하고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올 경제운용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 서비스산업, 창업분사 투자활성화, 신용불량자 대책 등은 이미 마련됐다. 중장기 경제정책 운용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자율와 창발, 투명성과 책임성, 유연성과 역동성, 경쟁력 있는 인력개발, 최대한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의 제공 등 다섯가지 기본 틀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로 경제파탄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탄핵정국이 진행상황을 보면서 착잡하다. 경제정책의 운영을 가지고 또 경제정책의 결과를 가지고 이것을 또 다시 사법판단의 대상으로서 논란을 해야되느냐 하는 생각에 착잡하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경제정책이나 결과를 가지고 이것이 정당간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상관없다. 경제현상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해도 좋다. 그러나 이것이 사법판단에 대상이 됐다는 것은 유감이다. 외환 위기 때 환란책임에 대해서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요구가 있었다. 그 결과는 사법적 판단대상이 아니라는 경험이 있다.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시각에 따라 잘했다 못했다 해도 되지만 탄핵사유가 됐다는건 안타깝다.
▲참여정부 1년의 경제평가는?
-일부에서 경제가 파탄이라고 하고 탄핵소추 이유서에서도 있듯이 외환위기 때 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참여정부 경제가 완전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상기해야할 점은 (제가)지난 1월9일 신한지주회사 모임에 참석해 ‘어떻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경제정책과 현실에 대해 비판을 받는데 대해 억울한 감도 있지 않겠냐’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지난 2월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지난해 경제팀이 1년내에 고생했고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로드맵이 이제 작동하기 시작할 때 부총리직을 맡게 돼 고속버스에 무임승차하는 느낌이 들어 미안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내가 객관적으로 보는 평가다.
참여정부 출범초 산불이 나가지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고 여기에다가 산불에 더해서 강풍마저 시도때도 없이 불어닥치지 않았나 판단한다. 산불은 에스케이, 카드채, 신용불량자, 가계대출 문제 등...도저히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 못할 상황이었다. 가계대출과 신불자 문제는 소비 위축으로 중산 서민층 어려움으로 이어졌고 고용마저 줄었다. 강풍은 북핵사태, 이라크 전쟁, 사스, 태풍 매미, 광우병, 조류독감이었다. 이미 산불은 번져있었고 강풍은 시도때도 없이 몰아친 것이 지난해 경제상황이었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진표 부총리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쉽게 잡히지 않았고 잡을만하면 강풍이 나와서 애를 많이 먹었다. 적극적 재정정책도 쓰고 추경도 2차에 걸쳐서 했다. 금융시장 거의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통화신용정책이라고 하는 거시정책의 또 하나의 축을 쓰지 못한다는 제약 속에서 나름 선전했다고 판단된다.
겨우 산불은 잡혔고 지속적으로 진행된 것에 비해서 피해규모는 크지 않았다고 보이며 산불 이 지나간 자리에 새싹이 돋아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경제파탄이라고 하는데 경제팀과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산불은 잡혔고, 다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은 경제자체가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본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평가도 높아지고 외국 주식투자자들의 국내투자가 사상 최대규모로 늘고 있다. 최근 헤지펀드들과 같은 투기적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증가 움직임이 없다. 이것은 외환시장이나 증권시장을 위해서 상당히 좋은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가 상당한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우여곡절 거치고 만들어낸 중장기 경제운영을 위한 로드맵들이 상당부분 금년부터 작동해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될 것이다. 당시 여건이나 노력을 감안치 않아 결과만 가지고 따져 억울한 면이 있다고 본다. 민생안정, 투자활성화 등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제대로 되면 우리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