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자체를 '피해'로 간주…정보관리 수탁회사 관리감독 강화
대출모집인 폐지‧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 제한도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로 인한 국민의 우려와 불안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개인정보 유출 예방을 위한 법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개인정보 유출문제와 관련된 입법을 진행하기로 해 향후 법안 심사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29일 금융소비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용정보 유출 피해방지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신용정보가 유출이 됐을 경우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해도 유출로 인한 피해를 입증할 수 없어 대부분 패소 판결을 받은 기존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유출 그 자체를 '피해'로 간주해 해당 기업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개인의 신용정보 유출이 피해로 인정받고 해당 기업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이 주어지는 조치를 통해 신용정보 주체인 개인에게 정보에 대한 권리를 되돌려드리게 되면 각 기업은 개인의 신용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고 신용정보 유출을 철저하게 방지하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반드시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이상일 의원은 지난 28일 금융사와 신용정보회사의 개인정보 관리를 강화하고 위반 시 처벌 강도를 높이는 '신용정보보호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금융ㆍ신용정보회사가 안전보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서 신용정보가 분실ㆍ도난ㆍ유출된 경우 등에는 해당 신용정보회사에 대하여 6개월 이하의 영업정지 및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는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KCB(코리아크레딧뷰로)와 같은 수탁회사를 징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신설했다.
또한 금융회사가 신용정보를 위탁 관리하는 경우 수탁회사가 신용정보를 안전하게 처리하는지 관리 감독할 의무를 금융회사에 부여하고, 위반땐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분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금융회사가 특정 신용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신용정보의 암호화 등 보호조치를 의무화하고, 수탁회사가 제3자에게 신용정보를 재위탁하는 것을 금지하며, 재위탁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금융지주회사 등이 마케팅을 제외한 경영관리 업무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 없이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여 마케팅에 활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같은 당 김태원 의원은 정보통신기반시설의 개발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업체 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개인은 물론 법인도 처벌하는 '정보통신기반 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정부기관과 금융사, 통신사 등 국가 주요 기관으로 하여금 정보시스템 구축·개발·유지 보수 담당 용역회사 직원의 신원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해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KCB(코리아크레딧뷰로)와 같은 수탁회사 직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했다.
김용태 의원은 금융회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대출상품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관련 서류 전달 등을 수행하는 업체 혹은 직원을 의미하는 대출모집인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내달 중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앞서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현안보고에서 1억 건 이상의 고객정보 유출배경이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는 대출모집인들의 수요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와 고객 개인정보를 공유할 경우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이를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에 고객정보를 제공하면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내역을 통지하도록 하여 고객의 개인정보결정권을 보장하도록 했고, 기업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를 '신용위험 관리'나 '내부 경영관리' 등으로 제한했다.
최민희 의원도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문자결제사기(스미싱)가 급증할 것에 대비, 이동통신사에 발신번호를 조작한 문자메시지 차단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