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월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하면서 지난 연말 초미의 관심사로 다루어졌던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와 국세청법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2월 임시회 중에 종교인 과세와 국세청법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법안 심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두 법안 모두 조세소위의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지만 종교인 과세는 과세 방식을 놓고 정부와 종교계가 대립각을 이어가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으며 국세청법은 민주당 정성호 의원안 외에 같은 당 조정식 의원안과 병합심사를 하기 위해 계류된 바 있다.
현재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로 조세형평성을 도모하자는 원칙에는 정부와 종교계 모두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과세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정부가 새로운 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법은 지난달 발의된 조 의원안과 더불어 이미 발의된 정 의원안과 함께 공청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 종교인 과세 '원칙적 합의'…방법은? = 성역(聖域)으로 여겨지던 종교인 소득에 대해 정부가 과세 의지를 내비친 부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특히 그 동안 종교인의 신성한 종교활동을 매도하는 일이라며 반발해왔던 종교단체들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부에 의지가 확고하자 한 발짝 뒤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과세 방식을 놓고 정부와 종교계는 여전히 갈등국면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겠다는 세법개정안을 지난해 8월 발표했지만 종교계가 이 방식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세법에 명시된 과세유형은 근로·사업·이자·배당·연금·퇴직·양도·기타소득 등 8가지 유형이며 기타소득은 사례금 등을 의미한다.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소득이 일종의 사례금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했으며 결국 지난해 12월 조세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성한 종교활동을 근로행위로 보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며 반대하면서 정부는 8가지 과세유형에 종교인 소득 유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종교인 유형이 추가된다면 저소득 종교인의 부담을 줄어들고 고소득 종교인의 세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면 소득공제 없이 4.4%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종교인 소득 유형이 추가되면 현행 소득세율 체계를 그대로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 표구간은 1200만원 이하·세율 6%이며 1200만~4600만원·15%, 4600만~8800만원·24%, 8800만~1억5000만원·35%, 1억5000만원 초과는 38%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이런 방식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종교인 소득 유형이 추가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종교인 소득 유형이 추가될 경우 각종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럴 경우 저소득 종교인들에게 나갈 세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정부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정부안이 제출되면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세청법, '내부승진 명문화' 관건 = 국세청법의 가장 핵심은 바로 국세청장의 '내부승진 명문화'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발의된 정 의원안의 주요 내용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국세청장 임기제(2년)를 도입하고 기획재정부 산하에 '국가세무위원회'를 설치해 국세청장 후보자를 국세청 소속 1급 공직자 중에서 추천하는 것이다.
국세공무원을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하고 복수차장제 도입과 납세자보호관을 1급 상당 별정직으로 승격시키고 국세연구원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999년부터 꾸준히 발의됐다 폐기됐던 법안인 만큼 지난해 12월 조세소위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조 의원이 국세청법을 발의하기로 하면서 2월 임시국회 때 병합심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조 의원안을 보면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내용은 비슷하지만 국세청장 후보를 외부인사도 가능하게 한 점과 국세청장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탄핵소추를 가능하게 한 점이 정 의원안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내용인 내부승진을 놓고 두 의원안이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정 의원안은 내부승진을 명문화하면 정치권이나 정권의 어떠한 압력에도 자리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반면 조 의원안은 국세청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깨 세무조사 등 업무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수혈'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국세청은 내부승진 명문화를 환영하는 반면 외부기관들은 국세청의 권위적인 문화 타파와 인사적체 문제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등 찬반 대립이 뚜렷해 선뜻 어느 안이 유력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 의원실과 조 의원실은 다음달 중순께 두 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뒤, 조세소위에서 두 안을 병합심사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현재 공청회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