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초미의 관심사였던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야심차게 추진해왔지만 과세 인프라를 확충하고 과세방식 등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조세소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지난해 12월 국회 통과가 좌절됐었다.
정부는 오는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을 사례금의 일종으로 보고 기타소득 과세하고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만약 종교인 소득만 있는 납세자는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지 않고 원천징수(원천징수세율 20%)만 할 수 있도록 했다.
2011년 말 기준 전국 종교인 수는 38만3126명이며 이 중 면세자 비율이 80%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과세대상 인원은 7만6000여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으로 보는 것에 크게 반발하며 과세방식을 수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2월 조세소위 때 재논의하기로 했다.
□ 종교인 과세, 대안은 무엇? =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안은 ▲소득세 과세 유형이 '종교인 소득' 유형을 추가 ▲기타소득에 종교인소득 등 세부항목을 신설해 과세 ▲일반근로자와 같이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되 저소득 종교인에 대해 근로장려세제(EITC)를 적용하는 것 등이다.
현재 소득세는 근로·사업·이자·배당·연금·퇴직·양도·기타소득의 8가지 소득유형이 있으며 여기에 종교인 소득 유형을 추가하는 것은 종교계에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하는 것도 종교계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세 유형을 신설하는 안이나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하는 방안은 종교인 입장에선 정부의 원안보다 혜택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 원안은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소득공제 없이 4.4%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지만 종교인 소득 유형이 신설된다면 현행 소득세율을 그대로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있어 저소득 종교인은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세법상 과표구간 1200만원 이하는 세율이 6%이며 1200만~4600만원은 15%, 4600만~8800만원은 24%, 8800만~1억5000만원은 35%, 1억5000만원 초과는 38%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한 예로 한 해 소득이 3000만원인 종교인의 경우, 일률세율 4.4%를 적용하면 132만원을 소득세로 내야하지만 종교인 소득 유형으로 과세될 경우 각종 공제를 받아 과세표준이 낮아지면서 세부담이 줄어든다.
만약 근로장려세제를 적용한다면 개신교 교직자 8만777명이 연 737억1100만원의 혜택을 본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도 있다.
□ 이해관계 '첨예'…결론은 '깜깜이' = 종교인 과세 문제는 종교계의 반발이 상당히 강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어 결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후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조세소위의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의 종교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으면서 법안의 원안 통과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통과가 좌절됐었다.
정부와 지역구가 없는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법안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재위 전문위원실이 정부 원안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한 점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의를 쉽지 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위원실에 따르면 정부 원안은 종교인 소득금액의 상관없이 80%의 필요경비를 적용해 소득이 8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6%의 최저세율이 적용되고 8000만~2억5000만원 구간에는 15%의 세율이 적용된다.
또한 실제 적용세율에 비해 높은 20%의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한다면 연말정산을 할 시 과다환급을 초래할 수 있어 과세행정의 비효율이 우려된다.
한 예로 3인 가족의 연 소득 5000만원인 종교인이 450만원의 인적공제와 표준공제 60만원을 적용받는 경우를 본다면 실제로 납부해야 할 산출세액은 39만원이지만 원천징수세액은 200만원에 달해 과세당국으로선 이를 돌려줘야 하는 행정적 부담이 발생한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조세소위에서 종교인 과세 논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법안 통과에 소극적인 분위기"라고 밝혔다.
한편 조세소위는 14일, 18일 양일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관세청 업무보고 18일로 연기되면서 조세소위 일정이 취소, 이날만 열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