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부터 '역외탈세' 척결을 목표로 숨가쁘게 뛰어온 국세청이 지난해 211명의 역외탈세 혐의자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 추징세액 1조789억원이라는 괄목할 만한 실적을 만들어 냈다. 지난 2010년(5019억원) 대비 2배 이상의 실적을 낸 것이다.
직전년인 2012년(8258억원)과 비교해도 30% 이상 신장된 실적을 올렸다.
국세청이 이 같은 실적을 올린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따져볼 구석이 있는 대목이다.
일단 추징세액의 성장세다.
2008년 1503억원(조사건수 30건)에 불과했던 역외탈세 추징실적은 2010년 5019억원(조사건수 95건)을 기점으로 폭증, 2011년 9637억원(조사건수 156건), 2012년 8258억원(조사건수 202건)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이슈로까지 떠올라 국민적 지지 속에 세금추징이 이루어진 사례(선박왕 권혁)도 있었고 의욕만 가지고 야심차게 뛰어들었다가 체면만 왕창 구긴 사례(구리왕 차용규)도 있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실적을 올린 것에 대해 다각적인 국제공조와 관계기관간 정보공유 및 활용 등 지속적인 역외탈세 차단 인프라 구축의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말하면 역외탈세 분야는 여전히 양성화가 더디고 국세청 입장에서 앞으로도 더욱 역량을 투입해야 할 '신천지'라는 설명도 가능해 진다.
현재의 실적을 자랑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앞으로 개척 가능한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고 국회 및 관계기관을 설득해 인력과 예산을 더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사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역외탈세의 검은 그림자를 좀 더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추적해야 한다.
조세공평을 만들어내는 일은 세수확충보다 더욱 중요한 국세청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 정교한 '택스 플래닝', 더 정교한 '세무조사 칼날' = 역외탈세범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경향은 해외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상당히 정교한 택스 플래닝을 바탕으로 소득을 해외로 빼돌려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의 세무조사 기법 또한 역외탈세범들이 가진 택스 플래닝의 정교함에 못지 않다.
실제로 선박관리업체 사주 A씨는 조세회피처 소재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선박을 소유하고 국내외 해운회사 등에 선박을 임대해 왔다.
선박임대료는 당연히(?) 페이퍼컴퍼니 명의 국내 계좌로 수취하고 국내에서 관리하면서 관련 세금은 단 한 푼도 납부하지 안았다. 이렇게 빼돌린 소득 중 일부를 빌딩 취득, 자녀 유학경비로 펑펑 사용하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A씨의 탈루소득에 대해 소득세 등 수 백억원을 추징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사주 B씨도 마찬가지. 조세회피처에 임.직원명의로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국내 본사가 직접 수행한 거래를 페이퍼컴퍼니 중 하나가 수행한 거래로 위장해 소득을 은닉했다.
이렇게 빼돌린 소득을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가 투자금 및 대여금 명목으로 국내로 반입한 것으로 위장, 부유한 삶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혀 법인세 등 거액을 추징당했다.
제조업체 대표 C씨도 차명으로 조세회피처에 페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무역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 해당 자금을 은닉했다. 이 자금은 사생활 유지비용으로 충당되기도 했으며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국내 주식을 취득,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기반으로 쓰이기도 했다.
C씨는 이 자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 뒤 해외은행 채권을 매입해 이자소득을 수취했고 외국인 투자를 가장해 주식양도소득과 이자소득에 대해 신고누락하고 자금은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숨겼다.
국세청은 C씨의 탈루소득에 대해 법인세 등 수 천억원을 추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