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외교경로 거쳤다→수사기관 통해 받았다" 답변 엇갈려 논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검찰 증거위조 논란과 관련해 국정원과 검찰, 외교부, 법무부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0일 황교안 법무장 장관 해임과 국정원 해명, 관련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당 차원의 조사에 나서기보다 "정부 신뢰"만 연일 외치며 이석기 징계안 처리를 요구해 맞불을 놓고 있다.
앞서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이 제기된 3건의 중국 문서와 관련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선양 총영사관에 1건만 입수됐다"고 밝힌 반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외교 경로를 거쳤다"고 엇갈리게 답변해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황 장관은 다시 "수사기관을 통해 (문서를) 받았다"고 실토해 위조 의혹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중국 정부는 위조라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것 외에 어떤 입장도 없다"며 "일 주일이 지났으나 사실 확인도 못할 만큼 끌고 있는 게 납득이 안 간다. 새누리당은 검찰과 국정원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전 원내대표는 "논란을 종식시키려면 법무부와 검찰은 손 떼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즉각 특검 수용을 통해서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재발방지를 하는 게 해답"이라고 압박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위조를 안 했다면 누가 어떻게, 언제 문서를 생산했는지 밝히면 될 일"이라며 "근데 왜 지금 '꿀 먹은 벙어리'가 됐느냐. 국정원이 계속 침묵을 지키는 것은 위조했다고 시인하는 거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 떳떳하다면 빨리 진상을 밝히고 해명하라. 덮고 왜곡을 시도하는 거라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내각 총사퇴라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사건 진상조사단장인 심재권 의원은 "조사단은 우선 내일 외통위 선양총영사를 출석하도록 했다"며 "위조된 간첩증거를 어떻게 법원에 제출했는지, 어떤 경로로 위조된 것을 만들 수 있었는지를 조사하고자 한다. 아울러 외통위 차원에서 이번 간첩증거 위조사건에 대해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결의안을 제출코자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엇갈린 답변에 대해 "이 정도 되면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책임진다는 법무부 장관 직을 더 이상 맡겨두기 힘들다"며 "무고한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넣기 위한 국가 차원의 범죄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사법 책임자가 관여하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외교 관계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국정원등 국가기관의 불법대선 개입 수사 과정에서 행한 황교안 장관의 책임은 사퇴해도 벌써 사퇴해야 할 태산만큼의 크기"라며 "이제 간첩조작 사건에까지 연루되어 국민 앞에 거짓말까지 들통난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만하는 게 좋을 듯하다. 즉각 사퇴하는 것이 답"이라고 황 장관의 사퇴를 강력 촉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거듭 드러나는 간첩 증거조작 정황과 정부부처의 엇갈린 답변에 대응하기보다 간첩 혐의를 받는 유우성씨의 간첩 가능성을 크게 강조하고 검찰수사 '지켜보기' 입장을 거듭 고수하면서 증거위조 사건을 축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아예 간접 조작사건으로 연일 공세를 펴고 있는데 서울시 공무원으로 위장하고 탈북자 정보를 넘긴 자가 간첩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민주당은 책임질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민국 정당이라면 우리 정부를 먼저 신뢰하고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서 "길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쳐본들 관객 없는 1인극일 뿐"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으로부터 스스로 고립시키는 독백을 그만두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또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징계안 처리에 대해 "이석기 징계안 처리를 1심판결 이후 하자는 야당 요구를 들어줬다. 민주당 요구대로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면서 90일 조정기간도 뒀다"며 "1심 판결도 나왔고 오는 25일 되면 안건 조정 기간이 만료된다. 이번 기회에 종북과 절연하는 애국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징계안 처리를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