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의 여진(餘震)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정보유출 카드3사(KB국민, 롯데, NH농협)의 영업정지 조치가 시행됐고, 국회 청문회에서는 정보유출 혐의를 인정한 KCB 전 직원 박모 씨의 증언이 검찰 및 금융당국 조사내용과 달라 부실검사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이와 관련 연초마다 시행되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는 개인정보 및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대한 내용이 대거 포함되며 이번 사태 충격파의 크기를 가늠케 했다.
한편 여의도 일대를 호령하며 소위 '잘나가던' 금융투자업계는 초라한 성적표로 인해 미간을 찌푸렸다. 11년 만에 찾아온 적자의 늪은 국내 증권업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 미래 수익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음을 시사했다.
■ 정보유출 카드사 3개월 영업정지 = 약 1억 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카드사들이 결국 3개월 동안 문을 닫게 됐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임시 회의를 열고 17일부터 이들 카드사들의 신규 회원 가입을 중단시키고 과태료 600만원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정보보호 소홀로 인해 고객정보 외부유출 방지의무 등 관련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단되는 업무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선불카드 회원의 모집 및 카드발급. 여기에 현금 서비스, 카드론, 리볼빙(분할 결제), 여행업, 카드슈랑스다.
단, 기존 회원이 카드를 분실했거나 유효기간 만료로 재발급 받아야 하는 상황에는 업무가 허용된다. 영업정지일 이전에 이미 신청이 접수된 경우도 카드 발급이 허용된다.
이 밖에 공공성 있는 농어민, 장애인, 저소득층 우대 카드 등 특수한 경우도 신규 발급이 허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3개 카드사에 감독관을 파견해 업무정지조치 내용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관련 임직원 제재는 금융감독원 검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행위자별 책임소재와 구체적인 법위반 정도를 감안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정보유출 朴씨 증언에…부실검사 '수면 위' = 지난 18일 열린 카드사 정보유출 청문회에 출석한 KCB 전 직원 박모 씨와 광고대행업체 대표 조모 씨의 증언이 정부 및 검찰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범행혐의를 자백한 이들의 진술이 기존 검사결과와 다른 점들이 드러나면서 부실검사 여부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박씨는 농협카드 직원이 보안프로그램을 풀어줬다는 검찰 공소장 내용에 대해 "사실과 조금 다르다"면서 "농협카드사 정보보호팀에 요청했는데 어느 순간 보안프로그램이 풀려서 직원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배 전 농협카드 정보보호최고책임자는 "박씨로부터 디스크 증설 요청을 받아서 작업을 해줬지만 보안프로그램을 해제해 주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등 공소장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양측 진술이 엇갈리자 여야 의원들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조사 결과를 물었지만, 최 원장은 "아직 검사 중에 있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검찰도 결과를 축소하고 금감원도 부실검사를 하고 있다. 직원과 관련된 문제는 숨겨서 박씨와 조씨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이번사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3개 금융기관의 최고임원을 포함한 이들의 임기문제가 걸려있다. 이 사안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의문점을 제시했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4일 이번 사태의 수사 책임자인 김현웅 법무차관을 불러 수사 내용을 보고 받기로 의결했다.
■ 금융위 업무보고에 담긴 주요 테마는? = 지난 20일 진행된 금융위원회 청와대 업무 보고에는 개인정보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우선 금융위는 오는 2015년까지 '금융보안 전담기구'를 설립할 예정.
금융결제원과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의 정보공유분석센터(ISAC)를 통합해 전 금융사에 대한 보안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안이다.
금융회사 보관자료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금융소비자 보호법’도 제정될 예정이다. 또 분쟁조정 절차와 소송이 겹치는 경우 법원이 소송중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서 분쟁조정이 중도에 멈추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해 향후 3년간 금융소비자 정책의 추진목표, 추진전략, 소비자 위험요인 등을 포괄적으로 제시할 방침이다.
■ '잘나가는 증권사'는 옛 말?…11년 만에 적자 늪으로 = 증권업계를 덮친 불황의 한파가 매섭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은 2013회계년도('13.04~'13.12) 국내 증권사들이 10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2회계년도 이후 11년만의 적자전환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슈가 된 동양사태와 한맥투자증권의 주문실수 등 일회성 요인과 거래량 감소로 인한 위탁수수료 수익 급감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동양증권은 3400억원의 적자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문실수로 인한 한맥증권의 손실액은 460억원 수준이다.
한편 3월 결산법인이었던 증권사들이 올해부터 대거 12월 결산으로 옮기면서 9개월간의 수익만이 반영된 점은 유의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증권사끼리 경쟁이 심하고 거래량은 적어 힘든 상황"이라며 "원래대로 12개월 치를 합산했다면 오히려 더 큰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도 증권사 수익의 절반 이상은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익다변화나 해외진출을 통한 먹거리 찾기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