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의 사전적 의미는 당사자의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증여는 '공짜'를 의미하고, 세법은 이 같은 공짜에 대해서는 응분의 세금을 부과하게 되죠.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냉혹한 세법. 하지만 부당하게 부과된 세금의 사실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회통념으로 일컬어지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의 개념이 적용될 수도 있나 봅니다.
지병으로 죽음을 앞둔 아들의 재산을 사망 전에 증여받는 부모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요? 지금부터 소개할 사례가 바로 과세관청으로부터 사망한 아들의 재산을 사전증여 받았다는 의심을 산 어머니 A씨의 이야기입니다.
□ 아들, 가슴에 묻은 노모(老母)의 이야기 = A씨는 오래전부터 지병을 앓고 있던 아들 B씨가 있었습니다. 1983년에 결혼생활을 시작한 B씨는 지병으로 인해 1986년에 이혼, 50년이 넘는 기간 줄곧 어머니 A씨와 함께 생활했죠.
이혼을 하던 1986년부터 B씨는 수시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몸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10년 어머니 B씨와 딸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재산은 자연스레 B씨의 딸에게 상속됐죠.
아들을 가슴에 묻은 A씨.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과세관청이 B씨 사망 전 B씨가 A씨의 명의로 개설한 양도성예금증서상 금액을 A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한 것입니다.
A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아들과 명의를 번갈아 사용해 예금거래 등을 했으나, 이는 증여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며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 "상속세 과세표준에 합산돼야" vs "사전증여다" = A씨는 "아들의 명의로 최초 양도성예금증서를 취득했다가 재입금을 반복해 상속개시일 현재에도 아들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상속세 과세표준에 합산돼야 할 뿐 사전증여재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아들 명의로 취득한 양도성예금증서가 청구인 명의로 재투자됐다가 6개월 후인 2010년 4월19일과 같은 해 5월3일 다시 피상속인 명의로 재입금돼 상속개시일 까지도 아들의 명의로 있었다"며 "이는 상속세 과세표준에 합산돼야 할 뿐 사전증여재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한발짝도 불러서지 않았습니다.
과세관청은 "아들 B씨가 2008년 10월20일과 11월4일 취득한 양도성예금증서상의 금액은 만기해지시인 2009년 4월20일과 5월4일에 청구인 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에 입금된 후 해지했다가, 다시 B씨가 2010년 4월19일과 5월3일에 개설한 4개의 양도성예금계좌에 입금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B씨가 사망한 후 만기일인 10월19일과 11월3일에 최종적으로 A씨에게 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액을 2009년 B씨 사망 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심판원' "사회통념상 부합하지 않는다" = 사실관계를 살핀 심판원은 처분청의 과세처분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고 어머니가 병든 아들의 재산을 사망 전에 증여받았다고 보는 것은 사회통념상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심판원은 "양도성예금증서가 현재 B씨 명의로 남아 있는 점, 그리고 고령의 A씨가 아들로부터 쟁점금액을 사망 전에 증여받았다고 보는 것은 사회통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A씨와 아들이 오랜 기간 함께 거주하면서 쟁점금액 상당액을 자금관리 목적으로 편의상 명의를 번갈아 사용했을 뿐 증여의 목적이 없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심판원은 "따라서, 과세관청이 B씨 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상의 금액을 사전증여재산으로 보아 A씨에게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중4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