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줄이려면 심사기능 강화 필요…실물경제 악영향은 고민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데에는 대손상각비가 고공행진을 하며 수익성을 갉아 먹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손상각비는 은행의 대출자산 부실화에 따른 모든 비용을 의미하며, 해당 분기의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해 실제로 투입된 자금의 합계로 계산된다.
26일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은행회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세미나에서 은행의 대손상각비 현황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급격히 추락하며 카드대란이 있던 2003년에 필적할 만큼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제 국내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007년 14.6%를 기록한 이후 한번도 10%를 초과한 적이 없으며, 2013년 ROE는 2.82%로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3년의 3.4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수익성이 추락하는 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손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서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항목 중 이자비용은 2008년말 177%로 고점을 찍은 이후 2013년 9월말 현재 108%로 안정화 추세이고, 이자이익 대비 판관비는 50~60%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이자이익 대비 대손상각비는 12~34%로 변동성이 큰데다 2013년 9월말 현재 28%로 위기이전 12~13%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손비용 지표인 대손상각비는 2007년 3조9000억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조8000억원으로 급증한 뒤 2012년까지 지속적으로 9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채권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은행들이 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한 대목도 건전성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대손상각비가 증가하며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내놨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이 대손상각비 증가를 무릅쓰고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한 결과 부실채권 비율은 2% 이내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국내은행의 이자이익 대비 대손상각비 규모는 최근 유럽재정 위기를 겪은 영국과 독일을 제외할 경우 매우 높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은행의 경우 대손상각비가 높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 대출 확대 등을 통해 실물경제를 적극 지원해 이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증가한 측면이 있어 부실화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은행들이 현재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심사기능을 강화해 대손상각비를 낮춰야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출집행은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제대로 결론을 맺지 못했다.
세계적으로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대손상각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실채권 관리를 위한 심사기능 강화에 나서야 하지만 지나치게 대출장벽을 만들 경우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보일 수도 있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해석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