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2조5000억원 탑.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힘'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고액 납세의 탑 제도가 도입된 첫 해(2004년) 국세 1조원 탑을 수상하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삼성전자는 꼬박 10년 만에 2.5배의 세금(법인세 등)을 납부, 2조5000억원 탑을 수상하며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1000억원 이상 세금을 납부한 기업들에게 주어지는 고액 납세의 탑은 기업의 자존심과 직결된다. 세금을 많이 냈다는 것 자체가 해당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비록 수상에 대한 혜택이 전혀 없는 '명예상'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 고액 납세의 탑 수상 명단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포스코, SK, KT, 국민은행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자주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국세 2조5000억원 탑은 역대 최대였던 2010년 포스코의 국세 1조7000억원 탑 대비 8000억원 많은 사상 최대.
특히 함께 고액 납세의 탑 수상 명단에 오른 기업들(현대모비스-4000억, 한화생보.삼성디스플레이-3000억, 대우인터내셔널-2000억, SK E&S-1000억) 및 역대 수상 기업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재계 2위 현대기아차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국세 9000억원 탑을 수상했지만 올해 수상 명단에서는 빠지면서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대단하다는 평가 이외의 평가가 무의미한 삼성전자의 2조5000억원 탑 수상의 이면에는 한국경제의 과거와 현재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모습이다.
2012년 사업연도를 토대로 산출, 지난해 납부된 법인세를 기준으로 고액 납세의 탑 수상자가 결정됐다. 사실상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찍어내고 있는 삼성전자는 2012년에도 사상 최대인 매출 201조1100억원, 영업이익 29조47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경기침체 여파가 계속되면서 경제성장률이 2.0%에 머무는 등 국가경제와 기업들의 사정은 매우 열악했다.
실제로 올해 고액 납세의 탑 수상 기업 명단은 양적 측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시달렸던 2009년 사업연도 실적이 반영된 201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2011년 5개 기업, 2014년 6개 기업).
1000억원 단위로 끊어지는 고난이도(?) 수상 기준과 기업의 선택에 따라 수상을 고사할 수 있다는 고려요인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시사하는 바를 작게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안으로 밖으로 악재들이 겹치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됐던 지난해(2013년) 사업실적을 토대로 납부된 법인세를 기준으로 선정되는 내년도 고액 납세의 탑 수상 명단도 올해의 상황에서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의미있게 볼 대목은 또 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고액의 세금을 납부해 고액 납세의 탑을 받은 기업은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가 들어올린 탑에 적힌 납세액은 4000억원. 무려 2조1000억원의 편차다.
이 편차는 기업의 규모 여부를 떠나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 착시효과'를 반증하는 대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위기에 직면할 경우 세수는 물론, 한국경제에도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착시효과의 요체이며 정부가 올해 경제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뿐만 아닌 여타 대기업 등이 동반성장할 발판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메시지가 삼성전자 착시효과에 담겨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28조원, 영업이익 36조원을 기록, 또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납세실적이 반영되는 2015년 납세자의 날에는 올해 수상한 2조5000억원 탑 이상의 액수가 적힌 탑을 수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