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박 대통령 발언 싸고 상반된 해석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 규제 타파와 관련, "규제는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여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으며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전날 박 대통령 발언을 꼬집으며 경제민주화 조항이 있는 대한민국 헌법 119조 2항을 강조, "헌법은 이렇게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규제의 필요성을 맨 앞에 내세우고 있는데, 대통령은 우리가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지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는데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 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한길 대표가 헌법 119조 2항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혁파 의지를 폄훼했다. 한 마디로 곡학아세의 전형"이라며 "규제 혁파는 경제민주화 목표와 다르다. 대통령이 말씀한 것은 규제 그 자체가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가 암적인 존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상황을 따르지 않는 규제, 기술발전과 시장상황, 국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르지 않는 규제는 암적인 존재"라며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막기 때문에 혁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민주화 완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는 공정거래, 동반성장, 중소기업 육성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왔고 앞으로도 추진할 것"이라고 거듭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변호했다.
윤 부대표는 "곳곳에 국내 경제활동을 막는 규제를 없애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다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민주화될 경제도 없다는 사실"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규제혁파 의지는 비대한 정부의 권력을 혁명적으로 줄이고 부조리한 제한의 족쇄를 없애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규제가 철폐되어 경제에 숨통이 트이고 경제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창출되면 민주당으로서는 당혹스러울지 모르지만 이런 나쁜 생각을 뛰어넘어 박근혜 정부 규제 혁파에 힘을 보태달라는 게 국민적 요구다. 이번에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시대 요구를 거스르는 암적인 규제의 수호천사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박 대통령의 잇따른 규제 혁파 발언에 대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민생포기'와 '약속위반'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원수'이자 '암덩어리'"라고 비난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점"이라며 "과도하고 불필요한 '나쁜 규제'는 마땅히 개선해야 하지만 국민생활을 향상시키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착한 규제'마저 도매금으로 폐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만 해도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그린벨트 해제, 산지규제 완화 등을 발표했다. 이는 개발기업을 위해 국민들이 쾌적한 삶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규제·민생규제조차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는 '일부 재벌과 대기업의 민원 해소용'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추진이 더욱 걱정되는 것은 최근 의료 영리화와 원격진료, 철도민영화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 완화가 공공성 후퇴와 민영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며 “마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사생결단으로 해야 할 일은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며 "기초연금 월 20만원 지급 등 자신이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실천하여 민생부터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