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세무사회(회장 정구정)가 세무사회원 3명의 인터넷 게시판 접근을 차단하고 업무정화위원회에 징계를 회부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시판에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비하적인 표현의 글을 게재해 업무를 방해하는 등 본회와 타 회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세무사회의 설명대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문제라면 고발 여부에 따라 사법당국의 철퇴를 맞을 수도 있는 중대 사안. 어찌 보면 회 차원에서 제재조치가 내려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문제의 심각성을 떠나 "세무사회 집행부에 '쓴소리'를 하는 이들만 제재를 받았다"며 형평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
타 회원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는 세무사회 집행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들에게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 세무사회가 일관성 없는 제재를 가해 가뜩이나 분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자메세지 50만원아닌 38만원, 허위사실 유포다"
17일 세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세무사회는 최근 홈페이지 이용약관을 위반한 A세무사에게 게시판 이용금지 2년에 정화위 회부, B세무사와 C세무사에게 게시판 이용금지 1년에 정화위 회부 조치를 각각 내렸다.
제재를 받은 회원들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정구정 회장이 회원게시판 접근을 자꾸 막는다', '정 회장의 강탈기부금 중지를 요청한다', '정 회장의 자랑 문자메세지 1회에 50만원이 든다'는 등 주로 정구정 회장과 집행부의 행태를 문제 삼은 글들이 도화선이 됐다.
이에 세무사회는 "정 회장은 회원의 접근을 막은 적이 없고 '강탈기부금'이 아닌 요청에 의한 기부금이었다"고 제재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회원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세지는 1회 당 50만원이 아니고 38만원이다"라고 해명한 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무사회가 회무보고사항으로 회원에게 발송한 문자를 '초딩(초등학생)도 아니고 너무 칭찬을 갈망하시고 자기자랑 같습니다. 자랑도 시간을 가리시길 바라며'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는데 이는 정 회장을 조롱하고 모욕·비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무사회는 "이 같은 행위가 근절 될 수 있도록 관련 혐의자에 대해 회원게시판 이용차단 및 정화위원회 및 윤리위원회 징계회부, 또는 사법당국에 고발조치 등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세무사회?
세무업계 일각에선 이번 세무사회의 제재조치에 대해 "비(非)민주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형평성 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세무사는 "회원의 글이 사실과 다를 때마다 이렇게 징계를 내릴 것이냐"고 물은 뒤 "글이 사실과 다르면 수정을 해주거나 삭제를 요구하면 될 문제를 이렇게 까지 크게 키워 회원의 눈과 입을 막아야만 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타 회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정 회장 편으로 분류되고 있는 S모 세무사가 더했으면 더했다. 그에게는 왜 제재조치를 내리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세무사 집행부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라 그런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 역시 "S모 세무사가 예전에 쓴 글을 보면 타 회원에게 '퇴물', '인간 망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든지 '입관 준비나 해라', '칠성판에 누울 때가 다된 늙은이'라는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는데 제재조치를 받지 않은 것은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S모 세무사 이외에도 세무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 세무사는 세무사회에 쓴소리를 하는 이들을 향해 '원숭이 집단이여 그냥 노예처럼 삽시다'라는 글을 올려 타 회원을 단체로 조롱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무사회가 이와 같이 일관성 없는 작태를 부리는데 어떻게 세무사회를 믿고 따를 수 있겠냐"며 "입에 쓰면 뱉어버리는 세무사회의 독단적인 현실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회원게시판 접근 금지조치를 당한 A세무사에 말에 따르면 이번 제재조치에 대해 세무사회의 사전 설명이나 통보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세무사는 "제재에 대한 문서나 이야기를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잘된 방향으로 회를 이끌고 싶어 글을 게재했는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아예 접근을 막았는데 글이 잘못됐다면 최소한 읽을 수 있는 권리는 줘야하는 것 아닌가. 3명이 제재를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세무사회 입장에서 귀찮은 존재만 제거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