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카드통합 차질 등 외부 타격 상당
하나SK카드 노조 등 내부 조직 반발도 실적반전에 부담될 듯
하나금융이 내우외환으로 몰아치는 후폭풍에 비틀거리고 있다.
오는 2025년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40위권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호언장담이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와 하나SK·외환카드 통합 난항 등 악재들이 이어지며 암초에 걸린 것.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사건은 금감원 김모 팀장이 대출사기에 연루되고 은행 내부 공모 여부가 관심을 끌며 일파만파 사건이 확산되는 조짐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 규모 1조8335억원 중 현재 1600억원을 돌려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되려 은행 내부 직원들의 공모 여부가 논란이 되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지난 12일 KT ENS가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대출금 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더해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4년여 넘게 1조1000억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당한 것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대출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하나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대외적인 분위기도 삭막하기만 하다.
연초부터 터진 카드 3사 고객정보 유출의 여파로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의 통합작업도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 금융당국이 외환은행의 카드 분사를 승인하기도 쉽지 않아 당분간 카드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염원하던 그룹사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외부 악재도 문제지마 더 큰 문제는 노조 등 내부의 반발이다.
외환은행 노조에서 여전히 외환카드 통합작업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SK카드 노조까지 나서 통합의 문제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난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하나SK카드 노조는 하나금융지주 앞에서 '하나SK카드지부 임단협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사측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동훈 하나SK카드 노조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와 카드사 중에서 최악의 근로조건에서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당한 채 참아야만 하냐"며 "고용보장과 남들 다 가는 휴가를 달라는 것과 외환통합시 동등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하나SK카드 노조는 지난 20일 지주에 '하나SK카드의 노사관계 및 경영간섭 중지 촉구' 공문을 보내 지주의 계열사에 대한 경영간섭을 경고하기도 했다.
노조는 공문에서 "지주사의 경영간섭은 자회사의 독립경영을 저해함으로써 실제 경영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SKT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던 통신할부채권사업을 금감원의 레버리지 규제로 인해 중단시킨 점을 상기시켰다.
통신할부채권사업은 하나SK카드에는 지난 3년간 1384억원의 이익을, 하나은행은 LCF 1조원 증대효과, 하나대투증권은 인수수수료 50억원 증대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노조의 전언.
노조는 "안정적으로 이익이 나는 사업을 명쾌한 사유없이 중단했으며 사업파트너인 SKT에 사업중단통보를 내용증명으로 일방적으로 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이다"며 "이제는 더이상 어떤 시너지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고 성토했다.
그동안 조용한 행보를 보여주었던 하나은행 노조도 최근 피켓 시위를 통해 지주사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 하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전에 없이 높아진 영업강도에 대한 비판과 함께 KT ENS 사기대출 사건을 계기로 여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지주사를 압박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동안 이렇다할 악재가 없었기 때문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자신감을 갖고 연초부터 글로벌 공략을 강조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내우외환으로 인해 상당기간 실적반전에 어려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