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서비스 범위 확장 따른 부가세 부과 목소리 커져
과세방식 한계 있고 낮은 세수 효과 의문…난제 여전
금융업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부과 문제를 놓고 해묵은 논쟁이 다시 벌어졌다.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세를 과세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현행 면세를 유지하는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25일 박종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거래소에서 진행된 금융조세포럼에서 '금융서비스와 부가가치세'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우선 박종상 연구원은 최근 금융서비스의 부가세 부과와 관련된 상반된 시각을 소개했다.
하나는 금융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금융 서비스의 범위도 확장된 만큼 세수확보 측면에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며, 다른 하나는 금융서비스의 복잡성으로 인한 과세 방식에 한계가 있고 낮은 세수 효과에 따라 과세에 대한 실익이 적다는 주장이다.
첫번째 주장은 이미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통해 금융·보험서비스 등에 부여했던 면세혜택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공론화되었다.
다른 주장은 금융서비스가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고 소비자의 효용을 직접 증가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무적으로도 난제가 많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박 연구원은 "금융서비스 관련 부가세는 찬반 양론이 갈리지만 최근 흐름은 부가세가 타당하다는 방향으로 정리되고 있다"면서도 "이론적 타당성과 별개로 금융업에 대한 부가세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의 고유업무인 여신, 수신, 환(외국환, 내국환) 등에 대해 부가세를 과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수료 기반의 부수업무에 대해서 한정적으로 부가세를 과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여기도 문제는 있다. 은행 수수료 거래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B2B(은행과 기업고객 간 거래)의 경우 환수효과와 누적효과로 과대과세 가능성이 크며, 부가세를 도입하게 될 경우 세수 확대는 커녕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가세가 과세되는 서비스의 경우 교육세가 면세되는 점을 봤을 때 금융사들이 부가세 대신 연간 수익의 0.5%씩 내고 있는 교육세 축소 효과 등을 고려해 보면 부가세 도입으로 인한 세수 확대 효과를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 연구원은 "부가세 과세를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상대가격 왜곡 제거 등의 효율성 측면에서 수수료 수취 등 부수업무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업권간 형평성, 세수효과 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금융서비스의 모든 현금수입을 매출로 간주하고 모든 현금지출을 매입으로 간주해 직접세 형태의 부가세를 적용하는 현금흐름 과세방식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세제실장 출신의 김용민 재능대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금융업의 발달이 덜해 부가세를 과세할 경우 지하경제가 커지는 등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과소과세를 하면서 금융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지는 미지수다"고 의문을 던졌다.
오윤 한양대 교수는 "현금 흐름에서 소비세의 납세의무를 체크하게 되면 현금흐름이 과도하게 축소되고 지하경제화를 부추길 수도 있지 않겠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는 OECD의 보고서를 인용해 "금융기관에서 매입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면 세 부담이 증가되고 그것이 금융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논리가 있다"며 "미국의 경우 부가세가 없는데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구상수 회계사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제도상에서 은행 이자에 부가세 부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은행의 매출에서 매입을 뺀게 부가세라면 개인으로 받은 예금, 사채발행 등 조달이자를 매입으로 볼 수 있는데 개인들이 사업자등록증을 내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이론적으로 가능할 지 몰라도 실무적으로는 넘어야 될 산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질의에 박 연구원은 "부가세로 인한 국제 경쟁력 저하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으며 금융산업의 세 부담 부분은 조금더 생각해 볼 문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