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모든 재산을 한 번에 상속받은 상속인은 높은 세율에 따른 세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피상속인이 살아있을 때 재산의 일부분을 미리 옮겨,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방법을 택하는 이들도 있죠.
이른바 '사전증여'를 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행 상증세법은 이 같은 형태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금액을 상속재산에 합산,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사전증여를 통한 절세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강산이 한번 뒤바뀔 시간이 요구된다는 것이죠.
남편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시켜 대신 부동산 매매계약금을 지불했는데 7개월 만에 남편이 사망해버린 A씨. 계좌이체 당시 남편은 간암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사전증여를 시도했다는 과세관청의 '의심'을 사기 충분해 보였습니다.
□ "아픈 남편 대신 계약금 냈을 뿐" = 간암으로 투병 중인 남편을 대신해 노래방 사업을 시작해보려던 A씨는 2011년 3월 상가 매매계약을 위해 남편의 통장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 받아 계약금을 지불했습니다.
하지만 7개월 뒤 남편이 사망했고 이후 과세관청으로부터 계약금액에 대한 상속세를 내라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상가 계약을 위해 남편에게 받은 돈이 '사전증여'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남편의 돈을 이체 받았지만 바로 계약금에 사용했기 때문에 증여가 될 수 없다는 A씨는 과세관청의 처분에 불복,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A씨는 "아픈 남편을 대신해 상가를 계약하려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 비록 남편의 돈을 자신의 계좌에 이체 받았지만 바로 계약금으로 사용했고, 계약을 자신의 명의로 했다 하더라도 계약만 하고 등기를 하지 않았기에 남편에게서 돈을 증여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계약금으로 지불한 돈은 상가 매매계약 해제로 인한 계약금 반환소송에 패소해 위약금으로 소멸됐고, 결과적으로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 됐다"며 "재산증식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피상속인 사전 증여재산으로 봐 상속세를 과세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과세당국은 "본인 책임아래 부동산 매매계약을 했고, 매매계약서에 본인 이름을 매수인으로 서명했다"며 "이는 대외적으로 상가가 A씨의 재산임을 공시한 것으로 명백한 증여"라고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증여가 성립된 뒤 증여받은 돈을 도박에 탕진한다거나 주식 등에 투자해 손실을 보더라도 증여재산의 사후 처분결과에 따라 증여의 유효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심판원, "'특별한 사정' 없었다" = 양측의 의견과 사실관계를 살펴 본 심판원은 A씨의 '특별한 사정'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과세관청의 처분에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심판원은 "A씨가 남편을 대리해 상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면 남편의 계좌에서 직접 이체하고 매매당사자 명의도 남편 이름으로 하면 될 일"이라며 "남편이 투병중이라 해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 제4항'에서는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명의자가 그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해 이를 그 재산취득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계약금 반환소송에서 패소해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소멸됐더라도 A씨가 남편으로부터 돈을 이체 받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과세관청이 이체된 금액을 A씨의 사전증여재산으로 보아 상속세를 부과한 처분은 달리 잘못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서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