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리나씨는 중국에서 영문학을 전공 후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직장 동료였던 현재의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이민 왔다.
2011년 경남은행에서 결혼 이주 여성을 채용한다는 소식에 지원했다가 뽑힌 뒤 중국인 고객의 해외 송금, 금융 상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A씨는 대학 진학 후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봉사활동 500시간 채우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에서 장애 아동을 교육하는 일뿐 아니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했고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했다.
학점이나 영어 점수가 낮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A씨는 KDB산업은행의 청년 인턴에 합격해 현재 기획부서에서 사회공헌활동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금융권 고용 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학력, 학점 등 소위 스펙(specification)을 위주로 채용하던 방식을 바꿔 외국인, 재취업 여성뿐 아니라 신용 유의자와 같은 경제 취약 계층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3일 금융위원회는 향후 금융권 채용 방식을 혁신하고 향후 이러한 고용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금융회사들이 청년 신규 채용 시 어학이나 자격증과 같은 스펙을 요구하면서 스펙 쌓기 부담과 사회적 비용이 가중되고 있다"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무엇보다 실제 업무 역량과 관련이 적은 취업용 자격증 및 점수 높이기식의 어학 시험 때문에 취업 시장에서는 불필요하게 많은 비용이 쓰이고 있다.
향후 금융위는 금융 공공기관이 입사 지원 서류상 자격증 및 어학 점수의 기재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할 경우 별도의 채용을 하도록 한다.
어학 점수의 경우 최저 기준 충족 여부만 확인하고 점수를 표기할 필요는 없어진다. 예를 들어 토익 800점 이상의 조건에 '예, 아니오'로 기재할 수 있으나 점수를 표기할 필요는 없는 것. 증빙서류는 합격 이후 제출하도록 한다.
기술보증기금, 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코스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가 포함된다.
김용범 국장은 "금융 공공기관의 채용 제도 개선이 민간 금융회사로도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