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혁신 정책에 의해 금융권의 숨은 규제 완화가 추진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규제 완화 논의는 있었지만 금융위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과가 없었다는 게 과거의 교훈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정부같이 규제의 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부분을 보고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숨은 규제를 털어내겠다"고 말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오는 6월까지 금융권 영업 현장을 10차례 정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금융 이용자와 금융회사 임직원이 느끼는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직접 이야기를 듣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나 이는 건전성에 집약돼 있다. 우리는 과거의 낡은 규제를 점검하고 건전성과 관련 없는 영업 활동의 규제 쪽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두 지도 대신 금융위 의결을 통해 행정지도를 하고 근거를 남기는 방향으로 옮겨 투명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야당에서는 규제 완화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뚜렷했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금융 산업은 규제 산업이다"며 "정부가 일정한 방향으로 돈의 흐름을 조정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 정책을 정면 반박했다.
김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나 신용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감독을 강화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규제 완화, 경쟁력 강화로 상황이 바뀐다"며 "또 대형 사고가 초래되면 그때 가서 다시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라며 질타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이에 대해 "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규제는 놔두고 상품 개발의 인가 단위와 칸막이를 풀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와 금융 상품의 설명 의무를 풀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건전성이나 소비자 보호와 같이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과거 쓰라린 경험을 많이 한 만큼 규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기준 의원은 "그런 부분은 조용히 강조하지 않고 해도 되지 않나. 그리고 규제를 풀다 보면 기준이 모호해지기도 한다"며 "과거 외환 위기 후 금융 산업을 운영해온 정책의 패러다임과 달라져야 한다. 돈을 벌되 자산 건전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감독의 방향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