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남대문 한국은행 본점에서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주열 "경기회복 속도 잠재성장률에 부합"
"기준금리 운영시 물가와 성장 가장 중요"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4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5월 0.25% 포인트 인하한 후 11개월째 기준금리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다.
이날 금통위 결정은 만장일치였으며, 시장에서는 이미 이날 금통위의 결정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8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2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9.2%가 이달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2.50%에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들의 금융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있지만 국내외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특별하게 기준금리에 변화를 줄 요인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변화, 신흥시장국 성장세 약화 등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국내 경제는 내수관련 지표가 일시 부진했지만 수출이 여전히 호조를 나타내면서 경기가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고용도 취업자수가 50세 이상 연령층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GDP갭은 당분간 마이너스 상태를유지하겠으나 그 폭은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게 한은 측의 예상.
3월중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서비스요금 및 축산물가격의 오름폭 확대 등으로 전월의 1.0%에서 1.3%로 높아졌으며,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전월의 1.7%에서 2.1%로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농산물 작황 호조 등으로 당분간 낮은 수준을 나타내겠으나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과 관련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일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및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해외 위험요인의 전개 상황 및 영향에 깊이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금통위는 "이러한 해외변수를 유심히 살피며 성장세 회복이 지속되도록 지원하는 가운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시장의 귀는 이주열 총재가 밝히는 기준금리 결정의 배경에 쏠렸다.
이 총재가 취임 초에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운용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책효과를 제고해 나가겠다"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 경제상황과 관련 "경기회복 속도를 보면 연간 4% 성장을 하고 있는데 잠재성장률이 통상 3%대 후반임을 고려하면 이에 부합하는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밑도는데 대해서는 "소비자물가가 1년여 목표 하한을 밑돌고 있는데 이는 이례적인 공급측 요인으로 빚어진 것으로 올 하반기에 가면 2%대 중반에 올라 갈 것"이라며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중기적인 목표이며 이를 중시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 총재는 체감경기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표경기와 달리 체감경기가 부진하다는 것은 저희도 인정하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체감경기에서 주된 지표는 고용과 임금인데 일반 경제주체들이 느끼기에는 많이 미흡한 것 같다"며 "하지만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면 고용이나 임금쪽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가 빠르고 변동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크고 국제금융시장에서 불안요인이 완화되며 그 사이 유출됐던 증권자금과 채권자금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다"며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게 맞다는 것이 기본입장이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져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시장기능을 제대로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취임사 등을 통해 밝힌 중앙은행의 역할 다변화와 통화정책 수단의 변화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이야기 한 것은 여러가지 국제환경과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는 것으로 제 취임 후 그 논의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뿐 아니라 성장도 고려하고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 현 체제에서 이를 다 수용할 수 있는지 그런 것을 점검해 보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우선적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구체적인 수단이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이어 최근 현오석 부총리와 회동을 갖고 정책공조 부분을 이야기 한 것에 대해서는 "현 부총리의 방문은 순수한 의미의 축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부와 중앙은행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룰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취임후 빠른 시기에 이뤄진 인사와 관련 "제가 조직과 인사를 하면서 가장 우려한 점은 전임 총재 흔적 지우기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이번 인사는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느낀 업무효율성 개선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며 당분간 한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