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정부, 감사인 지정제 확대 법안 등 추진
상장사 지정제 전면확대 등 포함…찬반 논란 가열
감사인 지정제 확대에 대한 논란이 회계업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자유수임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지정제 확대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며,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된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지정제가 확대될 경우 업계의 판도변화는 필수적이다. 시장 점유율 등은 제도의 확대 범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한 감사인 간 가격경쟁이 아닌 품질경쟁이 유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감사인 지정제란 정부기관이 외감기업들에게 특정 감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이 제도는 회계부정이 발각되거나 신규 상장기업 등 엄정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한해서만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1982년 자유수임제 도입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감사인 지정제를 시행해왔다. 업계의 원로들은 감사인 간 경쟁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당시의 도입취지였다고 회고한다.
30년 간 회계업계에 종사한 관계자는 "당시 감사인이 자격증만 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회계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감사인은 독립성이 유지돼야 하는데, 피감사인이 '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회계투명성이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나 뒤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IMD(국제경영개발연구원)가 실시한 국계회계투명성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60개 국가 중 58위를 기록했다. WEF(세계경제포럼)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144개 국가 중 91위였으며, 한국공인회계사회 조사에서도 31위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금융감독원이 매년 실시하는 감리에서 분식회계 비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대한민국 회계를 바라보는 이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다.
지난 2009년 실시된 감리에서 22%에 그쳤던 지적비율은 지난해 52%까지 늘어났다.
분식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을 집중 선정해 감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지만, 매년 50개 이상 기업의 재무제표가 지적을 받고, 일부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혐의가 줄지어 거론되는 판국이라 국민들의 불신은 높기만 하다.
이에 대해 현직 회계사들은 자유수임제로 인해 기업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공정한 감사보다는 감사수임 계약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과의 갑을관계 때문에 제대로 된 의견을 못 내놓는 것이 사실"이라며 "물론 재무제표에 커다란 문제가 있으면 지적을 하겠지만, 사소하거나 불분명한 부분이 있으면 회사와의 관계를 생각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한 중소회계법인의 대표는 "자유수임제가 시행되면서 고객들의 대부분이 지인이거나 친인척인 경우가 많다"면서 "통화를 하면서 '삼촌', '형님' 하는 사이인데 이런 사람들 상대로 어떻게 한정의견을 주고 그럴 수 있겠느냐"고 자조했다.
한편, 젊은 회계사들로 이뤄진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입법청원에 나선 상태. 감사인 선임기한을 다음 사업년도 개시 전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제시한 해법이다.
청년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지정제를 확대해야겠지만 현재로썬 선임기한 변경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김기준 의원을 소개받아 의견을 전달했고,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법안을 발의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준 의원실 관계자는 "청년회가 건의한 내용과 최근 입법공청회에서 나온 내용들을 토대로 법안을 마련했다.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라며 "금융사와 상장법인에 대한 지정제 전면확대, 지정감사에 참여할 회계법인에 대한 관리기준 마련, 회계부정 적발 시 감사인이 감독당국에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