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후 연일 논란…"국민 마음 너무 몰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 정부의 총체적 무능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 고위 관계자와 집권여당의 잇단 몰지각한 언행이 전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사고 발생 이틀 후인 18일부터 22일까지 연일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정서와 괴리된 말실수와 행동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탄주 술자리', '좌파 색출'주장, '국민정서 미개'발언,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모는 주장 등 당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 가족까지 돌아가면서 사고(?)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인 유한식 현 세종시장은 지난 18일 홍순승 세종시 교육감 예비후보 등과 함께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 일었다. 유 시장은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침몰사고로 당이 각별한 언행 주의와 금주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거듭되는 비난여론에 당 윤리위원회는 즉각 유 시장에게 경고처분을 내렸다.
당 지도부인 한기호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데없이 '좌파 색출'주장을 펴 국민적 정서와 괴리된 모습을 보였다. 한 최고위원의 발언에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다 같이 통곡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아무리 정치적 이념이 달라도 이럴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단 한번이라도 울부짖는 가족들의 얼굴을 인간의 마음으로 들여다봤다면 최소한 침묵할 줄이라도 알아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최고위원은 논란 끝에 결국 글을 삭제했고, 황우여 대표가 나서 앞서 두 사고에 대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당직자들이 있었다. 당대표로서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당 대표의 언행 주의와 사과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21일에는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 아들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물세례를 퍼부은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국민정서가 미개하다"고 글을 올려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정 의원은 즉각 '사죄'를 했지만 비난은 지금도 여전하다.
22일에는 권은희 의원(대구 북구갑)이 앞서 정부를 비난하고 관계자의 뺨을 때린 실종자 가족의 영상과 밀양 송전탑 시위 사진이 조작된 것을 올리고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진이 조작된 것을 뒤늦게 알고 자신의 SNS계정을 폐쇄했다.
권 의원은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잠시 퍼온 글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날 오후 직접 국회 정론관을 찾아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실종자 가족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허리를 숙였다.
권 의원은 "저는 어떤 조치라도 달게 받겠다"면서 선동꾼으로 지목한 실종자 가족을 적절한 시기에 찾아 사죄드릴 것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현재 경찰에 이 조작된 사진과 관련한 진정서가 들어간 상태여서 권 의원은 조만간 경찰조사를 받을 뜻을 내비쳤다.
전 국민적인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 세월호 침몰 참사를 보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의 수습대책을 함께 고민하기보다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인식과 언행들이 속출하고 있는 데 대해 당내에서도 "할 말이 없다"는 분위기다.
진도 현장에 내려가 사고 파악을 하고 돌아온 당 관계자는 "현장이 말이 아니다. 상상 그 이상"이라며 "그런데도 집권여당으로서 자숙하지는 못할망정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정 의원 아들의 발언을 지적하며 "아무리 철이 없다고 해도 아버지가 7선 국회의원이고 대권까지 꿈꾸는 사람인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어이없어했다.
또한 한 최고위원이나 권 의원처럼 정부를 비난하거나 정부에 반하는 주장에 대해 근거나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좌파'딱지를 붙이고 '선동'으로 주장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오래된 레퍼토리인 '색깔론'공세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 못한 집권여당의 안일함이다.
전략기획측 관계자는 "지금 다들 정신이 없는 것 같다"며 "정부나 당내 인사들이 현실을 모른다. 국민들의 감정을 전혀 못 헤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