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로 향하는 과세당국 '칼날'…목표는 유병언

청해진해운 관계사 대부분 적자, 과세실익 '無'

전남 진도 해상에서 수 많은 어린 생명들과 함께 침몰한 세월호 사태와 관련해 사정기관들의 수사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과 관세청도 세월호 운용 해운사인 청해진해운 및 관계 회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에 착수, 전개과정 및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사고 발생 이후 언론을 통해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재산보유현황 및 재산확보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재산 반출, 역외탈세 혐의 등이 대거 보도되면서 과세당국이 이에 대한 검증에 착수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22일 서울국세청 조사4국 및 부산국세청 조사1국 소속 심층세무조사 전담요원들을 경남 고성, 제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인 아이원홀딩스를 포함 10여개 관계회사들에 투입, 회계장부 등을 모두 압수했다.

국세청은 확보한 청해진해운 관계회사들의 회계장부 등을 토대로 탈세여부를 집중 검증할 계획이다.특히 해운업계의 관행 중 하나로 알려진 승객 및 선적화물을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얻은 소득이 상당할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목표지점은 하나, '유병언' = 현재 형성된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위법행위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국세청과 관세청이 덤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 문제는 세무조사 타이밍, 그리고 '실익'이다.

사고 직후 불거지기 시작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재산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감안하면 지난 1997년 세모그룹 부도 이후 십 수년간 유 전 회장 일가의 2400억원으로 추정되는 국내외 재산형성 과정은 그 자체로 의혹 투성이고 법위반 행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 전 회장 일가를 포함해 청해진해운 관련회사들이 국세청과 관세청의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문제는 제기조차 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즉, 국세청과 관세청의 조사 움직임이 이들을 향한 '비난여론'에 떠밀린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조사의 실익 측면을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청해진해운 관련회사들의 경영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다.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지분 보유율 39.4%)는 지난해 1058억여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당기순이익은 10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사고의 원흉 청해진해운도 지난해 32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익은 4억3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얻은 6억여원의 현금수입이 없었다면 적자였다. 다른 계열사인 문진미디어(9억1000만원), 온나라(4억2000만원) 등도 적자였다.

일부 계열사(트라이곤코리아, 금오산맥2000)는 아예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실제 소유하고 있는 아이원홀딩스 포함 전체 계열사의 자산가치는 5600억원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부채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무조사를 해도 추징금을 납부할 능력이 빈약, 체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희생자 보상금 지급 등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할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65억원에 부채 266억원을 보유, 이를 감당할 수준의 경제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빈껍데기'에 불과한 회사들을 털어봐야 세월호 침몰로 성난 국민들의 분풀이 이상의 실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유 전 회장 본인 및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국내외 재산을 철저히 찾아내 불법축재 여부를 가려내고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검찰 또한 수사의 초점을 유 전 회장 일가에 직접적으로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과 관세청의 세무조사 및 외환조사도 계열사들의 탈세 및 불법외환거래 등이 아닌 유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채권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