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로 고정되어 있는 12월말 결산법인 법인세 신고·납부 기한을 연장하거나 다른 월(月)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기업 세무·회계 담당자 및 세무·회계대리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연중 단 한 달에 불과하지만 결산, 재무제표 작성, 감사, 법인세 신고 등 엄청난 분량의 업무들이 3월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 세무·회계 담당자도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업무를 대리해주는 세무·회계대리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회계사 업계의 3월은 '공포' 그 자체다. 조직의 규모를 떠나 상당수의 회계사들이 하루 평균 16시간에 달하는 중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형편. 이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까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4월 초 대형 회계법인에 소속되어 있던 젊은 회계사의 죽음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이어져온 과중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해당 회계사의 사인은 자살로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라 특정시기에 업무량이 폭증함에 따라 불필요한 인건비 부담 발생 등 회계업계의 경영악화를 만들어내는 소지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 "힘들다.", 아우성 빗발치는 '현장' = 현재 정부의 12월말 결산법인에 대한 법인세 징수절차는 2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매년 3월 법인세 확정신고를 앞두고 직전년 8월 중간예납을 받는다.
통상 기업들은 전년도 납부했던 법인세액의 절반 정도를 정산해 납부한다. 이후 3월 법인세 확정신고시 최종 결산해 기납부세액(중간예납세액)을 차감한 뒤 나머지 세액을 납부한다.
기업 등에서 실질적으로 중간예납에 투입하는 '자원(시간+인력)'은 크지 않고, 다른 업무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업무부담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법인세 확정신고 기간인 매년 3월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인세 신고 외 신경을 써야할 업무들이 집중되면서 법인세 신고만을 위한 실질적 기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법인세 신고만으로도 벅차다" = 현행 세법에 따르면 기업들의 법인세 신고기한은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로 명시되어 있다. 이 기간은 기업 감사보고서 작성기한과 겹친다.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주총은 결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열려야 하며, 감사보고서는 주주총회 1주일 전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회계사들은 2월 중순경 법인세 신고시 제출하는 각종 신고서식을 채우기 위해 회사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하지만 회사에 정보를 다시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2월말이 되서야 가까스로 신고서 작성 준비를 맞출 수 있다. 아울러 외부감사대상 회사는 감사일정에 의해 재무제표가 2월말 혹은 3월 초에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마저도 감사인과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3월 중순이 되어서야 가능한 상황이다. 즉, 법인세 신고서 작성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기는 3월초 또는 3월 중순이 되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정승영 선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기업회계와 세무회계 간의 간극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조정이 있어야 하는데, 3월에 기업회계 결산 후 주주총회에 보고가 이루어지고 나서 법인세 신고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법인세 신고만을 위한 실질적인 기간은 짧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신고 기한을 연장해 기업이 지고 있는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