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산․법인세 신고 동시다발 진행, '업무폭탄'
업계 "신고기간 연장 or 이전 검토 바람직"
12월말 결산법인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현행 법인세 확정신고·납부 기한(매년 3월1일~3월31일)이 기업 세무·회계 담당자 및 세무․회계대리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법인세 확정 신고 일정이 기업 결산, 회계감사 등과 중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년 3월 한 달은 대한민국 재무 관계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다. 이에 안팎에서는 '규제완화'라는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제도변경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3월말 예정납부를 하고 이후 확정신고를 하는 미국의 법인세 납부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은 매년 3월31일까지 법인세를 확정해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때 제출되는 서류로는 법인세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는 물론,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와 포괄손익계산서 등의 재무제표가 포함된다.
문제는 전년도 실적에 대한 재무제표 확정 및 결산 마감시점이 3월 말로 겹치면서 재무담당자들과 세무대리인들이 법인세를 확정해 신고·납부하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협소하다는 것이다.
모 기업의 재무담당 부장은 "IFRS 도입 이후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가 됐기 때문에 3월에는 연결감사를 해야 한다"면서 "그 이후에는 곧바로 1분기 결산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일정이 겹치는 것"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감법인의 95%(2만1271개사)가 12월 결산법인인 만큼, 절대 다수의 기업들이 이 같은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부감사대상이 아닌 대부분의 중소법인도 12월말 결산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3월말까지 법인세신고를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세무․회계대리인은 "연초 3개월 안에 모든 일을 다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주주총회도 준비해야 되기에 정확하게 결산 끝나고 나서 조정하는 것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같은 기간 동안 재무제표 감사와 법인세 신고까지 완료해야 하는 회계업계는 신고·납부 기한이 늦춰지길 바라는 눈치다.
경력 30년의 한 회계사는 "외부감사와 법인세 신고 기간이 같아 업무가 중복되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부담을 느낀 중소회계법인들이 최근 협의회에서 모여 이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법인세 신고납부 기한을 늘리면 기업 입장에서도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 업무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신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업무가 몰리면 당장 급하지 않은 일은 무시하게 될 수도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회계법인 경영자 입장에서도 업무가 집중화되다보니 직원을 평균적으로 운영을 하지 못하고 특정 시점을 위해 회계사를 과다하게 채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런 부담이 경영악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소득세이면서도 법인소득과 개인소득 납부기일을 나눠놓은 것은 국세청 업무 분산의 의미가 강하다"며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납부기한을 서로 바꿔도 관계는 없겠지만 국세청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큰 세수(법인세)를 먼저 확보하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세당국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납세자의 편익보다는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지금의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3월에 법인세를 추계해 우선 납부를 하고, 확정신고를 6월에 하는 미국식 제도가 꼽히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3월말에 우선적으로 법인세를 추정해서 내게 해주고, 6월에는 차액을 내는 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며 "이런 융통성 있는 운영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과거부터 그런 얘기들이 있어왔고 인지를 하고 있었다"면서도 "한번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보지만 아직 방향이 정해지거나 구체화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식으로 하면 세수 확보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정산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일부에서 그런 얘기를 한다고 바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기존에 운영해온 제도의 장단점 등을 보면서 결정할 사항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세제실 관계자도 "감사시즌과 법인세 신고기한이 겹쳐서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온 이야기"라며 "아직 제도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만약 기업에 그런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좀 연구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