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이란 유가증권 등의 재산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친척 등 제3자 명의를 빌려 등기부에 등재한 뒤 실질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제강점기에 주로 종중(宗中) 토지의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이용된 명의신탁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만 허용되는 당사자간 계약관행입니다.
명의신탁은 근래에 와서는 부동산투기, 탈세, 재산은폐 등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당사자가 자백하거나 수사기관에서 밝혀내지 않는 한 범법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에서는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조세 회피의 목적이 보이지 않는 경우는 예외로 하는데요.
최근 조세심판원이 명의신탁을 통해 탈세를 시도했다고 결정한 사례입니다. 어떤 배경이 깔려 있었던 것일까요.
□ "여보, 보증이 웬말이야!" = B씨는 주식회사인 Y법인의 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회사의 경영안정자금 차입금에 대해 가족들 몰래 연대보증을 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화가 생겨 가정파탄 지경에 이른 B씨는 회사에 연대보증을 해지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그 대신 '회사퇴직과 주식처분'을 요구했습니다. 주식(비상장)을 팔아보려 사방으로 알아봤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B씨는 매제인 A씨(심판청구인)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했는데요.
그런데 이게 웬일. 과세관청은 Y법인에 대한 법인세수시조사를 실시한 결과 B씨가 A씨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이 증여라고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탈세 혐의가 보였다는 것인데요.
과세관청은 "B씨는 Y법인에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고의적으로 매출을 누락해 법인의 소득금액을 낮췄기에 B씨의 명의신탁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 제45조의 2(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에 따라 증여세 부과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Y법인의 누락수입금액을 포함해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재평가된 주식 가격에 따른 증여세가 A씨에게 결정·고지되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 심판원 "명백한 증여입니다" = A씨는 "연대보증 해지를 위한 주식 매도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부득이 매제인 A씨에게 주식을 명의신탁했기에 달리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는 "대법원 판례(2005두14714)도 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 명의신탁에 부수해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조세회피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며 "주식 명의신탁은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명백하므로 상증법상 증여의제 규정에 의한 이 건 증여세 부과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심판원은 "B씨가 가정파탄을 이유로 2010년 7월에 Y법인에 연대보증의무 면제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되지만, Y법인에서 보증약정 종료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12년 9월 '2010년 7월 B씨의 요청에 의해 연대보증해지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는 회신문을 보낸 사실로 봐서, B씨가 이때까지 연대보증의무를 면제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연대보증의무 면제를 명의신탁의 유일한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3중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