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시점, 금융권의 관심은 청해진 해운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결과에 쏠려 있다.
일부 신용협동조합이 유병언 일가의 '사금고'로 유용됐다는 비판의 화살을 받고 있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이 금융사들의 현실.
따라서 금융감독원 조사결과에 따라 자신들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의혹에 휘말릴까봐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이와 동시에 금융당국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의 통합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정찬우 부위원장을 수장으로 한 합병위원회를 만들어 남은 절차를 마무리 해 내년 1월 1일 '통합산은'을 발족시킨다는 계획이다.
□ 청해진 계열사 70곳…42개 금융사서 3700억 빌려 = 금감원 검사결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계열사들이 42개 금융사로부터 총 3747억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금융사들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회사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5일 금감원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중간수사과정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은 70개사. 이들 계열사는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천해지(42.8%)를, 천해지가 청해진해운(39.4%)을 지배하는 구조였으며, 계열사 간 복잡한 인적·물적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일부 금융사들이 대출심사나 담보취득이 부실한 정황 등 청해진 관계사들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드러난 점이다.
특히 모 신협은 ㈜하니파워에 대해 은행보다 2%포인트 낮은 저금리를 적용시켰을 뿐 만 아니라 연체이자 3000만원을 감면해주는 등의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유 전 회장과 자녀들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66억원을 송금하거나, 금수원의 지시로 매년 기독교복음침례회 여름 수련회 행사비를 지원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신협을 사금고한 사례"라며 "금융회사 및 그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절차 등을 거쳐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진행 중인 특별검사 결과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신협 외에도 금감원의 검사를 받은 금융사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외환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농협, 수협, 신한캐피탈 등이 있다. 사실상 대출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금융사가 특검을 받고 있는 셈이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이유야 어떻든 청해진 해운과 관련됐다고 하면 처신이 어려워지는 형국"이라며 "원칙이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안 좋은 방향으로 비춰질 것이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 통합산은 내년 1월 출범…남은 절차는? = 지난 2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산은과 정금공 간 통합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15일 금융위 정례 브리핑 내용에 따르면 두 기관은 조만간 설립될 합병위원회에 각자의 의견을 표명하고 내년 1월 1일 통합산은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다만 정금공이 가진 해외금융 업무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이관된다.
또 논란이 됐던 정금공의 온렌딩 업무는 산은 내 별도의 독립 본부로 설립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오는 11월까지 법인세와 등록세를 면제하는 조세특례 적용을 추진해 세금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정부기관 간의 합병인 점을 감안해 법인세가 면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등록세의 경우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등 유관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지방세특례법 등 관련법 개정에 나선다는 것이다.
한편, 정금공이 발행한 채권을 소유한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도 함께 이뤄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금채의 산금채 전환에 따른 투자자 보호조치를 오는 12월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